[데스크라인]기업주도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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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잘한 것은 더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기 위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부문별로 이번 정부의 공과 과가 있다. 잘잘못 판단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경제 부문에서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많다. 공정과 사회 개혁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경제에 대한 집중도가 낮았다는 관측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같은 글로벌 경제 상황은 대외 변수다. 우리 정부만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정작 큰 점검이 필요한 건 정부의 거대 경제정책 방향이다.현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인상, 일자리 확대 등은 꼭 지표를 꺼내 보지 않더라도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기치로 내세운 여러 경제 정책은 적어도 현 시점까지는 뜻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국가경제의 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소비자)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이득을 키워 전체 경제규모를 키우자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실제 부가 가치나 이윤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주체를 배제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이번 정부는 기업, 특히 대기업과 우호적이지 못했다. 여러 대기업과 총수가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정부 고위층과 정치권에서 '친 노동-반 기업' 정서가 흐르는 가운데 기업이 바짝 움츠리는 모습도 자주 관측됐다.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 주52시간 근로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오히려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매출과 이익은 늘지 않는 가운데 고정비용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쓰다 보니 체력 약한 기업은 버틸 재간이 없다. 심지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퇴출되면서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일이 나타났다.

정권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고민해 봐야 한다. 기업이 활력을 찾고,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국가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하려면 재정 지출(정부)과 소비(가계)가 늘어나는 것보다 이윤을 내는 기업이 잘되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기업주도성장'이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고 피고용자의 소득도 늘어난다. 다시 소비가 늘면서 생산을 유발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잘돼야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글로벌 경쟁력이 쌓인다. 물론 국가 재정도 안정 운영을 할 수 있다.

과거 대기업 주도 경제 성장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고 기업 이윤이 사회 전반으로 흐르지 못한 잘못은 있었다. 그렇다고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을 배제한 채 정책을 짠다는 것은 불황을 타개할 돌파구 찾기에 어려울 뿐이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사업을 하기 어려운 국가처럼 됐다. 여러 위원회나 경제 정책은 난무하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는 오히려 늘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도 반기업도 아니고 무기업”이라는 말까지 했다.

대통령 임기가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아니다.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다고 인식해야 개선할 부분이 보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무엇보다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경제에는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없다. 잘못을 바로잡고 경제정책 방향을 새로 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전혀 없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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