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아무개는 최근 A은행 오픈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B은행에서 C은행으로 월세 5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수취인인 집주인 실명이 찍힌 이체 내역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지만 은행으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픈뱅킹 이용 시 돈이 오고간 내역에 돈을 받은 사람의 이름은 찍히지 않고 '○○은행 오픈뱅킹'으로만 표기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픈뱅킹 이체 내역에서 수취인 실명이 표기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뱅킹은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돈을 조회·이체할 수 있는 개방형 금융서비스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를 등록해 이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체를 한 뒤에 이체 내역에서 돈을 받는 사람의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다.
최근 기자가 직접 국민은행 오픈뱅킹 앱을 통해 우리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이체한 결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국민은행 오픈뱅킹'으로만 표시됐다. 돈이 누구에게 보내졌는지 확인이 불가했다.
현재 모바일·인터넷 뱅킹뿐만 아니라 토스,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을 이용할 경우 이체 내역에는 돈을 받는 사람의 실명을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뱅킹 이용 시 수취인 이름이 없다 보니 착오 송금을 했는지 이용자는 즉각 확인하기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증빙 서류로 이체 내역을 낼 수 없는 불편이 발생한다. 피싱 사고가 일어날 경우 경찰은 송금한 이체확인증 등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 구비를 요청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10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이를 인지하고 올해 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11일 “현재 오픈뱅킹 은행만 표시돼 잘못 송금될 경우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사용자가 이체 내역에서 돈을 보낸 계좌의 은행과 수취인 이름을 동시에 명기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은행 오픈뱅킹을 통해 B은행에서 C은행 계좌를 지닌 홍길동으로 이체할 경우 A은행 이체 내역엔 'C은행, 홍길동, 100원' 출금으로 적요 표시가 되는 것이다.
금결원은 일부에서 제기된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은행들과 협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현재 일부 은행에서는 타행에서 타행으로의 입금 이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은행의 계좌를 등록할 때 자동 조회가 이뤄지지 않아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문제도 발견돼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과 시중 은행은 오픈뱅킹 정식 서비스 개시일을 다음 달 18일로 확정한 바 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