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고압 환경에서 가능했던 그래핀 질소도핑을 저온저압에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직무대행 이재성)은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쇠구슬(Ball Mill)을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질소기체를 분해하고 곧바로 이 질소를 도핑한 탄소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그래핀은 전기는 잘 통하지만, 반도체 같은 전자소재로 사용하려면 전류 흐름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래핀 자체로는 어렵다. 그래핀에 다른 물질을 도핑해 그래핀 내부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방법이 있는데 질소 도핑이 가장 많이 쓰였다.
하지만 기존 질소 도핑법은 고온고압 환경이 필요해 에너지 소모와 비용이 높다.
백 교수팀은 쇠구슬끼리 부딪힐 때 나오는 탄성에너지를 이용,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질소를 도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저온저압의 통 안에 질소기체와 그래핀, 쇠구슬 여러 개를 넣고 강하게 회전시켜 반응을 일으키는 단순 공정이다.
쇠구슬은 서로 부딪히면서 팽창하고 이 때 쇠구슬 표면에 질소 기체가 붙어 분해된다. 팽창했던 쇠구슬을 다시 압축하면 표면에 붙었던 질소가 원자 상태로 떨어져 나가면서 그래핀에 도핑된다. 통을 회전시키면서 이 반응을 반복해 일으키면 그래핀에 더 많은 질소를 도핑할 수 있다.
백 교수팀은 쇠구슬의 재질과 크기, 회전속도, 시간을 조절해 도핑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40℃에서 1바(bar, 압력 단위)도 안 되는 압력으로 16%의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했다.
백 교수는 “낮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간단한 공정으로 질소를 포함한 탄소체를 만드는 기술로 대량생산에 적합하고 경제성도 높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