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심사,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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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시즌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예산 정국이 열리면서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도 예산안을 '경제 활력 예산'으로 규정했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민생·개혁 과제 수행을 위해 확장 재정 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설탕물 예산' '진통제 예산' 등으로 폄하고 과감한 칼질을 예고했다. 예결위는 4일 경제 부처, 5∼6일 비경제 부처 예산을 각각 심사한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11일부터 가동한다. 예결위 전체 회의는 29일 열리고, 이날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긴 512조원이다. 가히 '슈퍼 예산'으로 불릴 만하다. 예산은 쓰기에 따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도 있고 단순히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선심성 예산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막무가내식 예산 칼질도 문제가 있지만 무턱대고 성과가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균형을 잡고 분명한 사용처와 액수를 정해 분배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가 임시 편성한 예산안을 다시 국회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예산을 바라보는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당리당략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내년 선거를 대비해 특정 분야나 지역에 과도하게 편성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꼼꼼한 심사는 기본이다. 국가의 한 해 살림을 계획한다는 심정으로 허투루 쓰는 예산이 없는 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에 경제를 살리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512조원은 기업으로 따지면 엄청난 규모다. 경제와 산업에 별다른 실효가 없다면 국가로서도 큰 낭비다. 한 달여 동안 이어질 예산 정국이 생산적인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이해를 떠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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