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직접 제안해 정부 예산 사업에 반영하는 '국민참여예산'이 정작 현장에서 집행은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참여예산 규모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0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국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사업의 실집행이 크게 저조한 상황이다.
작년 국민참여예산으로 추진한 '어린이집 등하원 자동알림 서비스' 사업은 7억원 예산 중 지난해 2억5200만원(36.0%) 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24억원이 배정된 '농촌지역 일손부족 해소' 사업은 15억1100만원(63.0%), 20억원이 배정된 '재택·원격 근무 인프라 지원' 사업은 8300만원(4.2%) 집행에 그쳤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예산이 4억9200만원 반영된 '도시 미세먼지 저감회피 사업'은 8월까지 5500만원(11.18%) 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설치지점 선정에 따른 관계부서 협의, 업체 선정 등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청년센터운영(청년진로탐색 프로그램운영)' 사업은 4억8000만원 예산 중 8월까지 8000만원(16.7%) 밖에 집행하지 못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 확보와 운영기관 선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8월까지 집행이 저조한 사업으로 △보존유적 토지매입(25억원 중 3억4600만원 집행, 13.9%) △100대 명산 폐기물 처리(10억3100만원 중 6700만원 집행, 6.5%) △국민 UX 개선(1억원 중 800만원 집행, 8%) △남녀공용화장실 분리비용 지원(22억6000만원 중 9000만원 집행, 4.0%) 등이 꼽혔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참여예산은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 많아 실제 집행이 미흡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참여예산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매칭해 추진하는 사업이 있어 단계가 많아지는 등의 이유로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집행률 제고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재정 집행은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31일 구윤철 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재정집행 실적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3분기까지 지방재정은 예산은 368조8000억원 중 232조7000억원(63.1%)을 집행해 중앙재정 집행률(78.4%)보다 크게 낮았다.
국민참여예산은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집행률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참여예산은 2018년 시범 도입 때 422억원이 반영됐고 올해 두 배가 넘는 928억원이 배정됐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694억원이 반영됐다.
국회 예결위는 “국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사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사업 선정 과정, 집행 과정에서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면서 “일부 실집행이 부진한 사업이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서는 차질 없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