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식물 '한국블록체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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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대형 암호화폐거래소)가 회비를 왜 납부해야 하는지 불만이 많습니다.”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가 대형 거래소 위주로 돼 있다 보니 중소거래소나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를 대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는 물론 중소형 거래소까지 협회에 불만을 노골화했다.

겉은 그럴싸하지만 실속도 없고, 정부도 외면하는 식물협회 신세로 전락했다.

일각에서는 협회를 빗대어 글로벌금융학회 출신 회전문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오갑수 협회장 취임 이후 협회를 운영하는 임원 상당수가 오 회장이 몸담은 글로벌금융학회 출신이다. 회장과 친한 올드보이가 협회 주요 자리를 꿰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이 될 건 없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이 거의 없다는 데서 나오는 비판이다.

권위도 추락했다. 블록체인 부문 대표 협회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번번이 퇴짜 맞았다.

정부도 자금세탁방지(AML) 대응을 블록체인협회가 아닌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소통하고 있다. 최근 열린 금융정보분석원(FIU) 간담회 등에도 블록체인협회는 초대받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 블록체인협회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존재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코인 재단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둔 것도 논란이다. 협회에는 모 코인재단 대표가 유일하게 이사회 이사로 등재돼 있다. 공정성에 기반을 둬야 하는 협회가 특정 재단 이사장을 이사회 멤버로 둔 것이다. 이를 두고 특정 코인에 대한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협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이 있었다.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1대 회장인 진대제 회장이 중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철회를 한 사실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임원진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세력 충돌로 비화됐다. 그야말로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

이제라도 협회장과 임직원은 업계에서 협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가까운 곳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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