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타깃으로 도입을 논의해온 디지털세(稅)의 적용 대상이 제조업 기업을 포함한 '소비자 대상 사업자'로 확대된다.
금융업·1차산업·광업 등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이 디지털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계 각 국은 자국 기업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삼성·LG·현대자동차 등이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은 디지털세 적용 대상을 디지털 기업만이 아닌, 제조업을 포함한 '소비자 대상 사업(consumer facing business)을 영위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세의 당초 목적은 다국적 ICT 기업 대상 과세이기 때문에 '구글세'로도 불린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OECD가 대상을 제조업 등으로 넓히면서 세계 각 국 셈법이 복잡해졌다. OECD는 세계 매출액이 일정 수준을 넘는, 소비자 대상 사업 영위 기업을 디지털세 적용 대상으로 보고 세부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
구글·넷플릭스 등 미국 ICT 기업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세계 각 국은 고민이 깊어졌다.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해당 국가가 '추가로 걷는 세금'보다 자국 주요 기업이 다른 나라에 '추가로 내는 세금'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정홍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도 원칙적으로는 소비자 대상 사업”이라며 “각론이 나와야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지 알 수 있지만,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밝힌 '각론'의 얼개가 연내 공개될 전망이다. OECD 사무국은 11월과 12월 예정된 공청회를 거쳐 연말께 디지털세가 경제·세수에 미칠 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디지털세 적용 대상과 과세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20개국(G20)과 OECD 회원국은 내년 1월 총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 합의문을 내놓을 전망이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이익 중 통상적 이익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산정하고, 초과이익 가운데 실제 서비스가 소비된 시장(국가)별 매출에 따라 새롭게 과세권을 주는 형태가 논의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논의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구성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OECD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김 과장은 “OECD 사무국이 제안한 방법이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수효과 등을 종합 고려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