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사법개혁안 부의 연기…예산 대치정국 피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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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12월 초로 미뤘다. 부의는 본회의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법안을 심의하는 상정 전 단계다. 문 의장은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앞두고 정기국회 파행을 피하기 위해 부의 연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 달리 문 의장이 사법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미루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선 사법개혁 후 선거개혁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의장은)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4건의 사법개혁 법안을 12월 3일에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회의장은 요청한다”며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임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국회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본회의 부의 후 60일 내 상정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까지 상정되지 않으면 본회의 강제 상정이 이뤄진다.

문 의장이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한다고 한 법안은 백혜련 민주당,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2건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문 의장은 당일 전격적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문 의장과 국회 측은 외부 로펌 유권해석과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사법개혁 법안의 별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민주당 입장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90일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 대변인은 “사법개혁 법안은 사개특위 활동 기한이 종료돼 법사위로 이관되었으므로 법사위 고유 법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법사위 고유 법안에 대한 위원회 심사 기간 180일에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그러나 사법개혁 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 28일까지 법사위 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해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법사위 이관(9월 2일) 시부터 계산해 90일이 경과한 12월 3일에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장 입장에서는 여야가 더 합의를 하라는 정치적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구체 시기에 관해서는 12월이 아닌 내년 1월에나 부의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월 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90일)을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