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이 “통화정책을 물가안정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본연 책무는 '물가안정'으로, 이를 중심에 두고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현재는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연구위원)은 28일 발표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선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은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월 물가 하락에는 일시적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공급 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공급 충격, 수요 위축 등 단기적 요인에 더해 물가상승률 중장기적 추세가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통화정책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금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로 물가상승률 하락을 대처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 본연 책무는 물가안정이며, 이를 중심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추세가 장기간 하락하고 이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도 낮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물가안정이 더욱 중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 밑돌아도 금융안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 1차적 목표는 금융안정이 아닌,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고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 연구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수행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