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노조까지 가세하며 연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권 회장의 이번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금융투자협회가 추진하는 다양한 혁신 사업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그동안 금투협은 분산신원확인(DID)과 블록체인, K-TOC 등 다양한 신사업을 업권으로 묶어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큰형격인 금투협의 무게중심이 무너지면 업권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권 회장의 갑질 논란이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투협도 언론에서 나온 여러 정황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다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기업 신뢰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한국 금융 산업은 일대 혁신기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에 금투협이 있음을 스스로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육성 녹취록이 노조에 의해 언론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임단협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권 회장이 갑질 행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어떤 형태로든 사건의 당사자인 권 회장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기자로서 지금까지 지켜봐 온 금투협 임직원은 열정이 뜨거웠다. 다른 금융권 협회보다 더 소통하고 더 부지런하게 뛰어다녔다. CEO 리스크로 이들의 열정이 식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록 CEO 리스크로 휘청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궈 온 여러 혁신 사업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재정비하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투협 조직이 내부에서 사분오열되고, 정쟁의 도구로 활용돼선 안된다. 금투협이 조직을 추스르고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혁신을 이끌어 가는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