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정책 2주년을 되돌아보는 토론 자리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 대해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소신 발언이 나왔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문제를 무조건 보상금으로 해결하는 기존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간 에너지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권 의무할당량을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실장은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2주년 성과 포럼'에 참석해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 사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 정권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는 식의 정부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의미다.
그는 “전기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특례요금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에 따른 부담을 온전히 한국전력이 짊어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장 연구원은 잇따른 재생에너지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와 관련, 정부가 에너지전환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보다는 책임을 인정하고 정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발전원별 비중'에만 과도하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원전·석탄·액화천연가스(LNG)·태양광·풍력 등 발전원별 비중에 집착하기 보다는 발전원별 역할을 정책에 맞게 재정립하고 혁신성장 동력을 이끌어내는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에너지 믹스에 치중하기 보다는 산업정책과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주민수용성 문제를 '돈'으로 풀려는 방식은 부정 학습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 입지선정 및 설비 구축 과정에서 거센 주민반발을 막기 위해 무작정 보상금부터 내미는 기존 방식은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어 강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업 설계 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이익공유제'가 보편화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공사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패널티를 주는 '전력망연계촉진법'이 지난 4월 연방의회를 통과했다고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보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차태병 SK E&S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장은 녹색요금제와 탄소배출권 융합형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RE100 이행 방안으로 기존 전기요금보다 더 비싼 금액을 내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녹색요금제'를 발표했지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프리미엄을 지불을 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차 부문장은 “한전이 중간자로 참여하는 '제3자 PPA' 제도에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량과 탄소배출권 의무할당량을 연계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국내 약 600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