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평가에서 세계 190개국 가운데 작년과 동일한 5위를 기록했다. 10개 세부 평가항목 가운데 순위가 상승한 것은 세금납부 부문 1개에 그친 반면에 창업·건축인허가·자금조달·소액투자자보호·통관행정 등 5개 부문에서 순위가 떨어져 기업 경영 환경이 사실상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20)'에서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는 16위였지만 꾸준히 순위가 올라 2014년 처음 5위를 기록했다. 2015년 4위, 2016년 5위, 2017년 4위를 기록한 후 작년과 올해는 모두 5위에 랭크됐다.
기재부는 “2014년 이후 6년 연속 톱5를 달성했다”면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로 우수한 기업환경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항목 평가를 살펴보면 기업 환경은 사실상 작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총 10개 부문 중 5개는 하락, 4개는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고 상승한 것은 1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창업 부문은 작년 11위에서 올해 33위로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창업절차가 많아지고(2→3단계), 소요기간이 길어진(4→8일) 것으로 평가된 영향이다. 다만 기재부는 세계은행 평가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0년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 구축으로 온라인을 통한 법인설립, 4대 보험 신고 등 창업 절차가 실질적으로 개선됐지만 평가요소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부문은 작년 60위에서 67위로 떨어졌다.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도산 절차 시 담보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제한된 것으로 인정돼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통관행정은 33위에서 36위, 소액투자자보호는 23위에서 25위, 건축인허가는 10위에서 12위로 각각 하락했다.
유일하게 순위가 오른 것은 세금납부(24→21위) 부문이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시 자기검증서비스, 미리채움서비스 등 납세편의 서비스 개선을 인정받았다. 전기공급(2위), 법적분쟁해결(2위), 퇴출(11위), 재산권등록(40위) 부문은 작년과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은행, 정부 관계자, 국내외 전문가 등과 활발한 논의·교류로 기업환경 개선 분야를 연구·분석할 것”이라면서 “평가가 포괄하지 못하는 신기술·신산업 진출 관련 규제, 노동·금융·환경 분야 규제도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