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 지수가 역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를 운용 중인 한국 해운사 수혜가 예상된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동-극동 아시아 항로 스팟 운임지표인 월드스케일(WS)은 145에 달했다. 용선료로 환산하면 하루 약 12만~13만달러(1억4200만~1억54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9월 하순 WS 205, 하루 18만5000달러(2억1800만원)보다 30% 넘게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3만달러(3500만원)를 크게 웃돈다. VLCC 용선료가 WS 200을 넘긴 것은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일부에선 WS가 해운 역사상 최고치인 300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간 관계가 좋지 않은 데다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VLCC 운임 지수가 급등한 것은 미국이 중국 유조선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요인이 크다. 이들 업체는 사우디 원유 시설을 피격한 용의국인 이란에서 생산된 원유를 선적한 의혹을 받는다. 세계 VLCC 선단의 3%를 소유한 코스코다롄 등 6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현재 운항 중단에 처한 선대 비중은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해운사 반사이익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상선과 SK해운 등은 시황 연동(스팟) VLCC를 운용하고 있다. 운임이 오르면 덩달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인도 받은 VLCC 5척 가운데 3척을, SK해운은 VLCC 20척 가운데 1척을 각각 스팟 시장에 투입했다. SK해운은 추가 VLCC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몇 차례 사우디 해역에서 유조선 피습 사건이 추가 발생한다면 중동 리스크가 더욱 커져 VLCC 시황이 급등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미·중 간 역학관계가 맞물린다면 VLCC 운임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