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초기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단연 창업 아이템이다. 지금 구상하는 아이템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일까? 지금 구상하는 아이템은 시장에서 먹힐까?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남다른 시사점을 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아사히야마 동물원 사례다.
1967년 개원 첫해 45만여명 관람객으로 시작한 이곳은 1983년 60여만명을 정점으로 관람객 수가 급감했다. 노후된 시설 등이 원인이었다. 결국 재정 적자가 누적돼 1995년에는 문을 닫을지가 논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7년부터 동물원 운영에 소비자 요구를 투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가장 먼저 고민한 대상은 동물 우리였다. 다른 동물원들은 단순히 동물을 보여준다는 목적 아래 전시관과 우리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동물원의 우리 내지 전시관은 동물 고유의 특성이 고려된 형태가 아니라 획일적으로 구성됐다. 이로 인해 많은 동물은 고유의 활동성을 잃어버리고 박제처럼 움직이기 싫어했다. 관람객들은 무기력하게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동물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 주목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각 전시관과 우리를 동물 고유의 특성이나 본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디자인했다.
오랑우탄의 공중 방사장은 이런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의도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표 전시관이다. 2001년 만들어진 오랑우탄 공중 방사장은 밀림에서는 오랑우탄이 대부분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설계했다. 오랑우탄 야성을 담아내기 위해 전시관 양쪽에 철기둥을 세우고 로프를 연결해 오랑우탄이 공중에서 생활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줬다. 밀림에서 나무 사이를 이동할 때 나뭇가지를 붙잡고 이동하는 오랑우탄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오랑우탄 활동성이 높아지면서 관람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동물원은 보통 바닥에 있는 먹이통에 먹이를 주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먹이를 줄 때도 해당 동물의 습성을 반영했다. 야생에서 암벽이나 낭떠러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염소에 먹이를 줄 때, 좁은 말뚝을 세우고 그 끝에 먹이통을 설치해 두고 염소가 좁은 말뚝 위를 걸어가서야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했다. 염소가 좁은 말뚝 위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도 있지만, 야생에서는 이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간다. 이런 구조는 염소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최적의 환경이며 야생 습성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가장 좋은 전시환경이다.
동물원에서는 사람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관람하기 위해 전시관에 최대한 다가가려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사람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디자인된 전시관과 우리를 설계, 관람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나무 위와 같은 높은 곳을 좋아하는 표범의 우리는 공중에 설치,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표범을 바로 밑에서 관람할 수 있게 구성했다. 수심 6m의 대형 수조를 아크릴 원통으로 설치해 그 속에서 헤엄치는 바다표범을 360도로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상에서 제시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적인 아이템을 도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객 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고객이 가장 필요한 것,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역시 생동감 있는 동물을 보고 싶은 것이 동물원 관람객이 원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에 주목했고, 여기서 출발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지금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훌륭한 내용인지 고민되는 창업가가 있다면, 다시 한번 고객의 눈높이로 돌아가길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