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나노기술 상용화 '글로벌 축제', 나노테크 재팬(1)

일본 국제 나노 테크놀로지 종합전·기술 회의, 줄여서 '나노테크 재팬'(이하 나노테크)은 한국 '나노코리아', 미국 '테크커넥트 월드'와 함께 3대 나노기술 행사로 손꼽히는 대규모 전시회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나노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규모 연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최된 나노테크는 2019년 제19회를 맞았다. 현재 일본 내 핵심 정부기관인 총무성,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뿐만 아니라 8개국 대사관, 6개국 연구개발법인 등 총 22개 기관이 후원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수준 행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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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산업 연계를 중시하는 전시회

나노테크는 수만명에 달하는 관람자의 다양한 관심사를 두루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기술개발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 심포지엄, 잠재적 고객과 전시품을 출품한 회사·연구소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 약 700명에 달하는 나노기술 산업 관계자들이 상호 간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나노비즈 네트워킹 리셉션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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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년간 나노 테크 재팬을 찾은 관람자 수는 50만 명에 육박한다. (출처: nanotechexpo)

특별 심포지엄은 사흘 동안 개최되는 행사 기간 내내 메인 회장에 수백명 청중을 불러 모았다. 매년 서너 가지 대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 석학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자동차, 항공우주, 환경, 에너지, 첨단 의료, 차세대 센서, AI, IoT 등 다양한 산업군과 관련된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 미래를 엿봤다. 또 심포지엄에서는 기술 발표뿐만 아니라 나노기술을 응용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도 전략적, 지적 매니지먼트를 제공했다. 그 외에도 언론을 대상으로 홍보 기회를 얻는 언론 발표회와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소규모 세미나가 열렸다.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고객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파트너를 빠르게 선별해 소개했다. 참가 희망자는 전시회에 참가하기에 앞서 관심사를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등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천하는 업체, 연구소를 자동으로 검색해 알려주며 직접 미팅을 진행하기 전부터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미팅하기 원하는 시간과 위치를 지정하면 장소까지 자동으로 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500명에 가까운 전시 참가자가 4만명이 넘는 내객과 만나는 대규모 전시장이 사흘 동안 나노테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참가자 중 선구적인 기술 또는 제품을 소개한 기업, 연구소를 선정해 1개의 나노테크 대상을 수여하고 비즈니스, 스타트업 등 9개 종목에 대해 시상하는 등 나노연구 역량을 증진하고 전시참가를 독려하기 위한 순서도 진행됐다.

◇내일을 빛낼 나노 기술을 미리 만나볼 기회

나노테크는 매년 중심 테마를 선정하고 근미래에 인류 문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 틀림없는 핵심 기술을 소개해왔다. 2016년 나노테크는 '나노어젠다 2020'을 테마로 향후 5년간 사회나 산업에 공헌할 가능성이 높은 연구 분야로 분자 로봇, 차세대 유기박막 태양전지, 유연소재 디자인,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를 선정해 관련 미래 나노기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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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회장에 모여 특별 심포지엄 강연을 참관하는 청중들. (출처: .jtbcom.co.jp)

2017년 테마는 '융합을 통한 지식 공조'였다. 나노기술이 더 넓은 분야로 침투하고 다른 기술과 융합, 사회에 구체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는 주제 선정이었다. 2016년과 마찬가지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가 큰 주목을 받았다. 상업적 활용 방법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가 열렸으며 제품화를 위한 비용 절감 방법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세미나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도 관련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OCSiAl사가 중국 공장에서 순도 80% 탄소나노튜브를 연간 수십 톤씩 생산하기 시작하자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했다 자부하던 일본 기업도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제논, 메이조 나노튜브 등 기업이 나노테크에서 고품질 제품 생산을 목표로 양산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미쓰비시 상사는 탄소나노튜브를 수지로 감싼 후 축적한 탄소나노튜브 매트릭스 복합재를 소개했다.

한편 AI 및 IoT, 센서 기술 섹션이 처음으로 메인 회장에 올랐다. 일본 내각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제5기 과학기술 기본계획, 울트라 스마트 사회 'Society 5.0'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로봇, 센서, 바이오 기술 등 고부가가치 산업 키를 쥐고 있는 AI·IoT 기술이 나노 시대 주역으로 급부상했음을 알리는 주제 선정이었다. '실제 세계에 침투한 인공지능' 'AI 시대의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으며, 각 기업 부스에서는 '인쇄기술과 관련한 IoT 센서의 다품종변량생산기술' '초기 의료진단에 공헌하는 의료용 거즈 센서 재료' '스마트 폰을 사용한 웨어러블 RFID 화학 센서' '극소량 수증기 검출 및 사이즈 측정 센서' 등 IoT 센서 기술이 소개됐다.

2018년에는 '울트라 스마트 사회에 공헌하는 나노기술'이 테마로 선정됐다. 사흘 동안 사회 진화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의 강연이 이어졌다. 행사 첫날 '라이프 나노기술과 최첨단 의료 그리고 건강 장수사회'를 주제로 '항체 나노 기술의 진전과 새로운 건강, 의료 전략' '새로운 형광 프로브를 활용한 질병 부위 표시' '세포 내 도체 제어를 통한 유전자, 핵산 시스템 조절' 등 획기적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둘째 날에는 셀룰로오스 나노섬유가 메인 주제를 담당했다.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는 3년 연속 나노테크 심포지엄 대주제로 선정되어 현재 일본이 중점을 두고 분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장 부스에는 7개 산학연구소 및 다방면의 기업이 관련 제품을 출품했으며, 그 가운데 산업종합연구소 제조 방법이 눈길을 끌었다. 종래의 기계적 직조법 외에도 라디칼을 이용한 촉매적 산화처리법, 황산 등을 이용한 산화처리법, 세균을 이용한 셀룰로오스 합성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본격 생산에 앞서 품질평가를 위한 기준이나 국제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 불안 요소이지만 일본은 이미 상업화를 위한 대량 생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전년에 이어 '경량화 재료와 소재 및 인포매틱스'라는 주제로 AI와 나노산업의 접목을 모색했다. 'AI로 가속하는 물질·재료의 연구개발:NIMS-MaDIS 구조'라는 주제로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NIMS)가 발표했으며 '고차원 재료 정보 통합 연구를 통한 재료 개발의 혁신적 가속' 'AI가 주도하는 혁신적 재료 개발' '탄소 조직 복합 재료에 관한 나노기술' 등 AI가 견인하는 나노기술에 관한 희망적 관측이 이어졌다.

최근 5년간 나노테크 터줏대감을 맡아온 탄소나노튜브는 물론 전지 분야, 3D 프린트 등 신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액정, 내열재, 반도체와 같은 재료 및 소재 분야, 전자현미경, 잉크젯프린터, 박막 제조 등 측정 및 가공 분야, 양자 디바이스, 인공지능, LED 등 IT 및 전자 분야, 재생의료, DNA칩 등 나노 바이오 분야, 자동차 센서, 연료 첨가물 등 자동차 분야, 연료전지, 광촉매 등 환경 및 에너지 분야, 의료품, 화장품 등 생활과학 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차세대 나노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울트라 스마트 사회 건설을 뒷받침할 센서와 구동 장치 분야가 이목을 끌었다. 또 기초 기술에 자신감을 비치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나노 비즈니스에 뛰어들 태세를 드러냈다. 머지않은 미래에 크게 성장할 나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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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노스케일의 매우 미세한 조작을 수행한다. (출처: jpn.nec.com)

올해 나노테크 재팬은 4만3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리는 등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행사에서는 어떤 테마가 메인으로 소개되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 공간 융합을 꾀하는 울트라 스마트 사회를 미리 선보인 전시회장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글: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

지원: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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