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의 굴착기를 대체할 '전기 굴착기'가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됐다. 매연과 소음이 없고 유지·운영비도 저렴하다. 여기에 국산화로 수입산 대체 효과까지 크다. 건설기계·특장차 분야에도 국산품·친환경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국내 건설기계 제작업체인 호룡은 독자 기술로 3.5톤급 친환경 '전기 굴착기'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진출한 20여 국내외 건설기계 업체를 통틀어 양산형 전기 굴착기를 개발하기는 이 업체가 처음이다.
특히 배터리, 전동모터, 감속기, 인터버 등 핵심 장치를 전부 국산품으로 완성했다.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 온 일본산에 대한 수입 대체 효과까지 기대된다.
호룡이 개발한 전기 굴착기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미정이지만 6000만~70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굴착기는 40㎾h급 국산 원통형 배터리(규격 21700)를 장착, 한 번 충전에 8시간 연속 작업(굴착·브레이커)이 가능하다. 배터리 셀을 비롯한 배터리 시스템은 파워로직스, 전동모터는 호룡이 각각 개발했다. 매연 등 배출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나 도심 작업에 환경 친화형이다.
기존 굴착기는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을 주동력원으로 한다. 회전과 2개의 구동용으로 각각의 유압식 전기모터를 사용했다. 디젤 엔진이 이들 3개 모터를 가동하기 위해 발전기 역할을 하는 형태다.
그러나 전기 굴착기는 애초부터 전동 모터를 주동력으로 2개의 구동용 모터와 회전용 모터로 제작, 유압펌프 등 별도의 기계 장치를 갖출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기존 굴착기와 비교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매연을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디젤 엔진을 전동모터로 개조·교체한 사례는 있었지만 구동·회전모터까지 유압식 모터가 아닌 전동 모터만을 사용한 건 이 업체가 유일하다. 배터리는 콤보 방식의 중속(14㎾)과 완속(7㎾) 충전이 가능하다. 작업 회전 반경은 77㎝로 공간 활용도까지 뛰어나다.
전동화 기반으로 제작돼 최대 200m 떨어진 작업장에서도 원격 조정을 할 수 있다. 오염원, 위험 지역 등 작업 환경에 따른 안전과 편리성을 고려할 수 있다.
호룡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 굴착기로 형식 승인을 받은 국내 첫 번째 차량”이라면서 “경제성과 친환경성은 물론 일본산이 대부분인 국내 시장의 수입 대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소개했다.
대한건설기계산업협회가 올해 초에 발표한 국내 굴착기 판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3.5톤 이하 굴착기는 3087대 가운데 일본 3사(얀마·구보타·코벨코)가 2886대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건설기계 분야에도 전기차·전기버스 구매 보조금과 같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