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 키워드 '생산기술의 디지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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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_홍순국사장.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공급망 변화, 디스플레이 분야를 포함한 중국 제조업의 급격한 성장 등으로 우리 제조업에 대한 위협요인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팩토리 조기 구축일 것이다.

지금까지 제조 혁신은 주로 조립, 검사 등의 생산공정과 물류에 대한 자동화였다. 그러나 최근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술이라 여겨지던 생산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수율, 품질, 생산성 등을 높이고 있다.

생산기술의 범주는 매우 넓지만 사출, 프레스, 용접, 코팅, 인쇄, 도금 등 뿌리기술이라 불리는 요소기술의 디지털화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이러한 요소 기술은 오늘날까지도 광범위하게 사용될 정도로 역사가 꽤 길다. 특히 정밀사출, 코팅, 도금 등은 첨단산업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요소 기술은 아날로그적인 특성으로 인해 기술 발전이 답보상태인 분야이기도 하다.

고체역학, 유체역학, 유변학 등 다양한 공학지식을 동원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만 공정 상태를 정밀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투입되는 원재료, 공정조건, 온·습도 등 실시간으로 바뀌는 외부환경 때문에 여전히 숙련된 작업자 손맛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은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작업자 경험과 역량을 뛰어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플라스틱 사출의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금형 내에서 수지 움직임을 예측해 금형을 설계하지만 수지 불균일성, 금형 내 각 부분 온도편차 등으로 실제 생산과 시뮬레이션은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금형 내부에 온도, 압력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사출설비의 공정인자들을 실시간 자동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용접은 초음파, 레이저 용접 등으로 지속 발전해 왔으나 용접 후 결과를 검사할 때는 여전히 작업자의 육안검사나 샘플링을 통한 파괴 검사에 의존하고 있어 완벽한 품질관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도 광센서를 사용해 용접 시 발생하는 불꽃(플라즈마) 광량을 측정하고 주파수분석 등의 기법을 응용하여 정상과 이상의 패턴을 구별하는 인공지능 모형을 활용하고 있다.

코팅의 경우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분야에 활용되고 있지만 디지털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기술 분야였다. 다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했지만 재료의 불균일, 현장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어 디지털화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센서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료의 점도, 온도 등의 인풋 인자와 공정품질과 같은 아웃풋 인자를 실시간으로 계측하고, 인자 간 상호연관성을 설명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생산 기술의 디지털화는 지금까지 축적해 온 경험과 공학 지식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데이터를 활용해 보완해 가는 개념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자산이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자면 IT시스템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도입 여부가 스마트팩토리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생산성, 품질 등 제조업의 핵심 지표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척도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세심하게 짚어보고 로드맵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 사장, mfginnovation@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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