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 2500명 규모의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정원을 2000여명으로 줄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비기업체 연구개발(R&D) 분야의 정원이 줄지만 산업체 근무 정원은 늘어난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말미암아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관련 R&D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당초 계획과 달리 전문연 감축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산업 기여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했다.
13일 관가와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공계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 정원을 2000명 이상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1000명 규모인 박사 정원은 그대로 유지한다. 1500명 규모의 석사 정원은 500여명 줄인다. 석사 정원 가운데 500여명은 출연연이나 대학 연구소 등 비기업체, 1000명가량은 기업체에 각각 근무하고 있다. 비기업체 근무 정원을 감축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기업체 정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전문연 전체 규모는 2000명을 상회하고, 기업체 정원도 종전 대비 늘어나게 된다. 전문연 정원을 축소하면 연구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산업계의 우려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계획과 달리 감축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국방부는 2024년까지 전문연 정원을 최대 1200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국방 인력 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내걸고 정원 감축을 강행한다는 강경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수출 규제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R&D 인력 필요성에 공감, 산업계 부담 완화 및 기여도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를 손질했다. 박사 인력이 의무 근무 기간에 일정 기간을 기업, 출연연 등에서 현장 근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도 추진한다. 박사 인력을 활용해 석사 정원 감축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업 R&D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체복무 제도 개편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 부처와의 막판 협의에서 감축 규모가 추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과기계는 미래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전문연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전달하고 있다.
과기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관련 대책을 내놓고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출연연, 중소기업 등에서의 전문연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국방부가 과기계와 산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발전적인 전략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