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예외 사유' 구체화…SI 업계 “사업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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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예외 사유인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유형을 구체화 해 지침으로 정한다. 모호한 규정을 정비해 '규제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목표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기업은 불가피한 내부거래마저 '지침에 없는 사례'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사업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발주로 법무법인 한누리가 작성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10일 공개했다.

공정위는 2014년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정의 해석·적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반영, 심사지침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16년 말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구체 기준을 충분히 예견·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보고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예외 사유인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유형을 구체화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내에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는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만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이 인정되면 예외로 인정받는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 SI가 모호한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사유를 이용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심사지침을 마련,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체 사례를 제시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 SI가 불가피한 내부거래를 했음에도 심사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사례라는 이유로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SI의 공공입찰 참여가 금지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추가 도입하면서 사업을 한층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안성'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구보고서는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의 외형에 해당하더라도 보안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 △실제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 거래하는 사례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일부 SI 기업이 애먼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보기술(IT) 기업을 더 잘 이해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지침 마련으로 일본 수출규제 등 특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감 몰아주기 적용을 피해갈 수 있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구보고서는 '긴급성' 예시로 '핵심부품 관련 천재지변이나 수출규제조치, 물류회사의 전면적 운송거부, 위해우려 제품의 신속한 수거, 긴급전산사고 발생' 등을 제시했다. 수출규제조치와 관련해선 '제품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 설비 등을 외국이나 외국기업으로부터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외국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그 외국 정부가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정상적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경우'로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구자가 제안한 심사지침안과 관련 각계 의견을 수렴해 공정위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후 행정예고 등 입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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