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이 190만원으로 된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간 검사 결과가 나왔다. DLF 상품의 잔액은 6723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5784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은행은 상품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리스크 부서 경고도 무시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하는데도 구조만 바꿔 신규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이번 사태는 우리은행·하나은행 및 증권사 내부 통제 실패, 불완전 판매 등 총체적 난국이 빚어낸 참사였다.
주목할 것은 투자자 연령이다. DLF에 투자한 이들 가운데 절반은 60대 이상이다. 개인 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50%, 70대 이상도 20%가 넘는다. 이를 보니 2014년 동양사태가 떠올랐다.
동양증권은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기업어음·회사채를 팔았다. 당시 취재 때 만난 대부분 피해자는 평범한 주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었다. 일부에선 높은 이율을 좇는 투기성 자본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노후자금이나 생계형 투자를 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고령층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다. 은행은 이들을 타깃으로 고위험 상품인 DLF를 쉽게 판매했다.
투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다. 이득을 보든 손실이 나든 투자자 책임이다. 그러나 고령층만의 잘못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요즘 금융 상품의 진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령층은 물론 전문가도 쫓아가기 버거운 속도다. 고령층의 금융투자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로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어진 이유도 있다. 고수익 상품일수록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위험이 커서 고령층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평생 예금만 하던 고령자도 은행 창구 직원의 권유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기 일쑤다. 이번 DLF 사태는 고령층의 은행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피해를 키웠다.
금융 당국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은행 판매 금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은행은 이번 DLF 사태의 주범이다. 입맛에 맞는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을 요청하고, 해당 DLS를 DLF에 편입시켜서 운용할 자산 운용사도 선정했다. 그런데도 내부 심의도 없이 “안전하다”는 말로 창구에서 '원금손실 0%'라는 말로 투자자를 현혹했다. 과거도 이번에도 타깃은 노인들이었다. 작정하고 노리면 누구든 버텨낼 재간이 없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