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계속 0%대를 기록하다 9월 들어와 결국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상승률이 높게 진행된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며,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에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면서 상승률이 0% 중반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은 1965년 전 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보합(0.0%)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락 원인으로는 지난해 농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복지정책 확대 등이 꼽힌다.
지난해 8~9월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1.4%, 2.1%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배럴당 75달러이던 국제유가가 올해 6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석유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하반기에 시행된 고교 3학년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 확대로 가계 부담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로 떨어지면서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다 9월 마이너스가 되면서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현상) 우려가 커졌다. 디플레이션 상황이 되면 물가 인하 기대 심리로 소비를 미루는 사람이 늘면서 경기가 침체된다.
다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말에는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면서 0% 중반대 상승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최근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높게 진행된 기저효과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지만 전월비로는 8월 0.2%, 9월 0.4%로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저효과만 강조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김 차관은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다”면서 “경제 활력 유지와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차관은 “경제 전체 수요를 안정 관리하고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민간 소비와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정부 전망치(2.4~2.5%)보다 낮은 수준인 2.2% 성장도 어렵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김 차관은 “정부 입장에선 (성장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