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빅3 '근무시간 엄수'…흡연·커피타임까지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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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근무시간을 촘촘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주52시간 근무제 확산과 포괄임금제 폐지 여파다. 시범 도입 후 직원 반응을 종합, 보완책을 마련한다. 내년부터는 게임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이상 기업에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근무시간관리 시스템은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 빅3 기업이 근무시간 파악 시스템을 도입한다. 포괄임금제 폐지에 발맞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추가로 일한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정확하게 정산하려는 시도다. 이보다 앞서 넥슨은 지난 8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다음 달부터 없앤다.

엔씨소프트는 5분 이상 업무와 관련 없는 공간에 머물면 해당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 '스피드게이트'를 통해 출입을 체크한다. 흡연실이나 사내 카페, 체력단련실, 사내 병원이 포함된다. 단 해당 공간이나 사옥 밖에서 업무와 관련된 회의를 했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 화장실 사용 시간은 제외된다. 기준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이상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10월부터 적용한다.

넷마블은 15분 이상 이석 시 근무시간에 반영한다. 근무시간에 PC 비가동 시간을 본인이 자율 판단해서 소명하는 방식이다. 일 근무 8시간 기준, 1개월 동안 기본 근로시간 이내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대로 유지한다. 초과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사후 승인이 필요하다. 넷마블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로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증진은 물론 건강한 기업 문화가 더욱 확고히 정착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넥슨은 8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근무시간을 촘촘하게 파악하고 있다.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업무용 컴퓨터에 '자리 비움' 버튼을 누르고 이동해야 한다. 업무와 관련된 일로 자리를 비우는 건 근무 시간으로 인정된다. 회사에 11시간 이상 머물 때 어떤 이유로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지 사실을 사전에 조직장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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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빅3의 이 같은 방침은 자율성을 제공하면서도 업무 집중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포괄임금제가 폐지되고 근무시간을 제한하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효율성 제고가 필요해졌다.

비업무 시간 관련 기준은 회사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비슷하다.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 사내복지시설 이용 시간을 제외한다. 3사 모두 시범 적용 단계이기 때문에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회사와 직원 간 의견 차이를 줄여서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을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게임업계 근로자는 공짜 야근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초과근무는 주당 0.8시간이다. 주당 초과근로시간이 없는 업체도 89.5%였다. 크런치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과도한 근무에 노출돼 있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야근 보상이 없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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