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홀로 10㎞ 달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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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한동호 선수가 웰컴드림글래스를 착용, 마라톤에 참가했다. 출발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웨어러블 안경을 착용하고 10㎞ 마라톤을 완주했다. 정보기술(IT)이 시각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도운 미담 사례다. 1급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한동호씨는 최근 '웰컴드림글라스'를 착용하고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어울림마라톤에 참가했다. 방향을 알려주는 가이드 러너 없이 10㎞를 달렸다. 한씨는 오는 11월 그리스에서 열리는 국제 아테네 마라톤 대회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혼자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된 것은 첨단 IT를 망라한 안경 덕분이다. 웰컴드림글라스는 웰컴저축은행이 KAIST, 더크림유니언과 손잡고 개발했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안경이다. 이 제품은 안경과 보디슈트로 구성됐다. 특수 안경이다. 위치 인식 센서를 탑재했다. 지자기·가속도·자이로 기능이 합쳐진 9축 센서로, 복합 동작을 실시간 파악한다.

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블루투스 골전도 이어폰도 내장했다. 사용자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삐 소리와 같은 비프음이 아닌 생동감 있는 입체 사운드를 지원한다. 보디슈트에는 미니 PC가 들어갔다. 안경과 뎁스캠이 수집하는 시각 데이터, 영상 정보를 외부 서버에 보낸 뒤 보정된 위치 값으로 재전송 받아 청각 신호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신호를 단서로 방향과 거리를 감지하고 진로를 결정한다. 뎁스캠은 사용자 가슴 부근에 설치된다. 주행 도중에 장애물을 인식, 위험 여부를 알려준다.

사용자는 주행 코스를 머리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텐서플로의 사물 인식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안경에 부착된 RGB 캡이 수집하는 사물 종류, 코스 정보를 각기 다른 청각 신호로 전달한다. 가상 서라운드 구현 시 이용하는 머리전달함수(HRTF) 기술을 채택했다. 사용자 자세·방향에 따라 360도 전방위에서 가상 음원을 연출한다. 실제와 예측 경로 간 오차 범위는 1㎝ 안팎이다.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이동측위 위치정보시스템(GPS RTK)을 장착한 결과다. 일정 간격으로 위치 보정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정확도를 높인다.

웰컴저축은행은 후속 연구개발(R&D)을 이어 갈 계획이다.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시각장애인 보조 주행 디바이스도 개발한다. 개발 프로젝트에는 이병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권영관 웰컴저축은행 ICT총괄 이사는 “꿈테크 프로젝트 일환인 런포드림은 불가능한 꿈을 위해 기획됐다”면서 “앞으로 웰컴드림글라스와 같은 디지털 기술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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