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급 TV화질을 놓고 삼성과 LG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세계TV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례적으로 화질을 보여주는 기술설명회까지 열고 상대방을 맹공하고 있다. 8K 공방 포문은 LG전자가 먼저 열었다. LG는 최근 열린 IFA에서 삼성 8K TV의 화질을 문제 삼으며 선공에 나섰다. 이어 17일 두 회사는 나란히 설명회를 열고 LG는 삼성전자 TV를 분해하고, 삼성은 구동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며 서로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삼성TV를 분해한 LG전자는 “스스로 빛을 못내며 선명도는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뒤질세라 “8K 동영상이 깨지면서 재생이 잘 안된다” 며 “준비가 덜 되었다”고 LG를 자극했다.
화질 논쟁, 나쁘지 않다. 세계 최고 TV기술력을 가진 삼성과 LG전자가 선의에서 화질을 자랑하고 이를 정당하게 평가 받는다면 박수받을 일이다. 더구나 8K는 지금까지 나온 TV 중에서 해상도가 가장 높다. 4K보다 4배나 많은 8000화소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신기술인 만큼 성능을 보여주는 자리는 필요하다. 소비자가 8K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없어 두 회사의 기술력 다툼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다. 시장 주도권을 위한 초반 기선이 중요한 상황에서 약간의 기 싸움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 논쟁은 선을 넘었다. 단순한 화질 논쟁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냉정해야 할 시장에서 지나치게 감정이 개입돼 있다. 자기 기술을 자랑하기 보다는 남의 기술을 헐뜯고 비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런 방식이라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8K시장은 이제 막 개화를 앞두고 있다. 화질을 앞세우지만 사실 8K를 지원하는 콘텐츠도 전무하다. 초고화질급이라지만 4K콘텐츠가 확산되는 수준이다. 화질 싸움의 최종 승부처는 시장이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헐뜯기식 논쟁이 전체 8K기술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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