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핀테크 유니콘 기업 출현을 지원하기 위한 '핀테크 스케일업 전략'을 다음달 발표한다. 총 4년 동안 3000억원 규모 핀테크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핀테크 특성을 반영한 상장 제도도 마련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Scale-up) 현장간담회에서 핀테크 업체와 금융 기관 관계자 등을 만나 “내년 3월까지 혁신금융서비스 100건을 지정하고 핀테크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3000억원 규모 혁신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국내 단 한 군데에 불과한 만큼 세계적인 핀테크 유니콘 기업 출현을 위해 규제 혁신과 핀테크 투자 활성화, 해외 진출 등을 담은 스케일업 전략을 다음달 중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전용펀드는 은행권과 핀테크 유관기관의 출자를 통해 4년 동안 총 3000억원 규모 재원을 마련해 창업, 성장단계 핀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운영해 올해 내 총 100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은 위원장 취임 후 이뤄진 첫 번째 혁신 부문 현장 방문이다. 은 위원장은 “핀테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면서 “앞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더 과감하게 핀테크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관련 아이디어 탈취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과 기존 금융사와 협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는 “아이디어 보호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줬으면 한다”면서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와 협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힘든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핀테크지원센터 등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오랜 기간 협업해 온 은행에서 유사 서비스를 만들어 자체 서비스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회사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저렴하게 금융회사에서 흡수하거나 탈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신용정보법의 빠른 개정을 원한다”면서 “금융위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조력자로서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 위원장도 “신용정보법 개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삼겠다”면서 “핀테크 기업이 함께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 차원의 혁신 의지와는 달리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위와 이야기할 때는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 기관들과 얘기하다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증권업 진출을 중단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간담회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면서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