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원유시설 테러로 인한 유가 상승 등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약 2억배럴에 달하는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원유수급 차질·유가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석유공사·정유사·석유협회 등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석유수급 및 유가동향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원유 도입은 단기적으로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유수급 차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국제유가 단기 변동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사우디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은 예맨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생산이 중단됐다. 해당 원유시설 일일 생산량은 570만 배럴로, 세계 석유 공급량 약 5%를 책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과 관련, 정부가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산업부는 사우디 원유가 대부분 20년 장기계약 형태로 도입됐고 사우디 정부도 자체 비축유로 수급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정유사도 원유 선적 물량과 일정에 아직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산업부는 사우디가 우리나라 제1위 원유수입국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사우디 원유수입량은 전체 3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전략 비축유를 활용, 수급 상황 악화 시 이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략 비축유는 2억배럴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 업계와 협력해 기타 산유국으로부터 대체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국제유가 변동이 가져올 수 있는 국내 석유가격 변동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