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9>통일 첫걸음은 사이버 한반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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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할 때 온 국민은 마치 통일이 눈앞에 온 것처럼 설렜다. 그러나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13번의 공동 입장이 있었지만 통일은 아직 요원하다. 인도 차원의 이산가족 만남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남북 정상회담도, 간간이 시행한 스포츠와 연예 교류도 통일을 앞당기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일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올라타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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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향한 염원은 남북이 다를 리 없다. 이념의 중요성이 희석되면서 '누가 기득권을 획득하는가' 문제가 통일의 문을 닫고 있을 뿐이다. 통일의 완성으로 국방 예산이 절감되고 복지와 기술개발 예산이 확대되는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청년들이 군복무로 경력이 단절되는 불편을 경험할 필요도 없다. 남북한 8000만 내수 시장은 경제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통일은 후손에게 물려줄 최고 유산이다.

통일의 길이 멀다고 포기하거나 머뭇거리는 것은 우매한 리더십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커다란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토대로 첫걸음을 내디디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한이 함께하는 '사이버 한반도 구축'을 제안한다. 남북한이 인터넷 공간에서 교류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노력으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 가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전체 국민의 참여가 불가능하고 불특정 서비스가 거북할 수 있겠지만 제한된 인터넷 서비스를 인가된 집단에 허용하는 방법으로 시작하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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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한반도에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묘약인 인터넷게임이 인기를 끌 것이다. 평양과 대구 젊은이들이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며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으로 토라지기도 할 것이다. 서로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사이버 한반도에서 전자상거래는 서로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단순한 물품 교환을 넘어 공용 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임에 틀림없다. 남북한 유통 시장이 열리고, 투명한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가 사용될 수 있다.

아테네의 아고라광장이 인터넷에 재현되면 남북한이 철학과 정치를 논하고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정치와 이념이 다르게 살아온 70여년의 간극이 좁아질 수도 이해의 극명한 차이로 판이 깨질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소수 정치인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대로 국가가 끌려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해킹, 정치 공작, 가짜뉴스 등 우려도 있지만 다양한 소통의 문이 열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남북이 제공하는 콘텐츠로 교육하는 사이버대학은 당장 실현 가능한 시도다. 정치와 무관한 기술 교육과 언어 교육은 정권과 상관없이 시도할 수 있는 중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감춰진 남북한의 지리와 자연을 학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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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면서 기회를 엿보기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세계의 변화가 가파르다. 남북 지도자는 상호 이익이 시현되는 통일의 첫걸음으로 '사이버 한반도 구축'에 동의하기를 바란다. 사이버 한반도에서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동안 우리는 통일이라는 다리를 건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협과 전쟁으로 소비하는 대신 인터넷에서 통일을 경험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남북 지도자는 외면치 않기 바란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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