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 '교수창업' 족쇄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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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사장을 겸직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수이자 스타트업 대표인 A씨는 예정된 인터뷰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 질문이 이어져서 늦을 수밖에 없었다며 연방 미안해 했다.

대학을 취재하면서 창업한 교수를 만나 보면 한결같이 바빴다. 강의 준비와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교수가 창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상 속 꿈을 연구해 기술로 구현하고, 기술을 상용화해 산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답변이 대다수다.

교수창업은 일반창업과 달리 탄탄한 연구력을 기반으로 한다.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창업과는 다르다. 아이디어가 괜찮은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내놓으면 금방 다른 스타트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 교수 창업은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해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어렵다. 창업하는 교수를 보면서 학생도 자연스럽게 창업의 꿈을 키운다. 연구실에서 교수와 함께 연구를 병행하는 학생은 상아탑을 벗어나 산업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교수 창업이 곧 산·학 협력의 결정체다. 교수창업은 늘지만 대학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2017년 기준 교원 창업자 수는 257명으로 전년 215명보다 19.5% 늘었다. 같은 기간 교원 창업 기업 수도 195개에서 233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교수가 창업해도 강의를 면제하거나 줄여 주는 대학은 거의 없다. 대학은 교수를 평가할 때 창업보다 논문을 중요시한다. 창업 교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했다. 학문에만 몰두하던 교수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개발한 기술을 직접 상용화해서 산업에 기여하는 것도 광의의 교육이다.

교수창업과 관련해 오래된 족쇄는 풀어 줘야 한다. 강의를 줄이는 만큼 교수 월급을 깎거나 스타트업이 매출을 내면 일정 부분을 학교에 기부하는 식의 다양한 대안이 있다. 대학이 약간의 유연성만 발휘한다면 논문 안에서 잠자고 있는 수많은 신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빛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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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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