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국계 기업이 장악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KT, NHN,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반격이 시작됐다. KT 등 국내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신규 서비스 출시, 국내외 기업과 협업 계획 등을 발표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원, 올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내년 2조7000억원에서 2022년 3조7000억원까지 매년 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WS 등 외산이 80% 장악한 韓 시장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80% 이상을 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기업이 장악했다. 외산 클라우드 점유율이 점차 늘어날 경우 NBP 주장처럼 '데이터 주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나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은 AWS 등 글로벌 사업자 IaaS를 채택하고 외산 IaaS를 기반으로 구동하는 서비스형인프라(IaaS) 위주 사업을 추진하는 데 그친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IaaS 중심이다.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서비스별 시장 비중은 2015년 기준 IaaS 50.7%,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42.8%, 서비스형플랫폼(PaaS) 6.5% 순이었다. 내년에도 IaaS가 54.6%, SaaS 37.7%, PaaS 7.7% 순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해외는 일찌감치 발달한 IaaS 시장을 기반으로 SaaS 위주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
국내 시장 취약점으로 시장변화 대응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KT 등 국내 3사가 클라우드 시장 개척에 주력하지만 사업기회가 적다. 최근 행정·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 개정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클라우드 보안인증 획득 활성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도입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대비 더딘 것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마케팅과 제품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 국내 시장은 일찌감치 들어온 외국기업에 잠식당했다. AWS와 MS, IBM, 오라클 등은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서울 등에 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AWS, MS 등 외산은 75% 이상 장악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보안 측면에서는 유럽과 일본 대비 일부 앞서거나 근접하지만 클라우드 연동이나 플랫폼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원 가상화와 통합, 데이터 저장, 보안 등 기술 분야에서도 대동소이하지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산업 여건, 축적된 경험, 전문 인력 확보 등 기반 인프라 전반은 선진국 대비 취약한 편으로 SW정책연구소 조사결과 나타났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은 SW기업 중 약 3.27%(2017년 기준)에 불과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세부 분야별 기술격차도 선진국 대비 최소 1년 이상 뒤처져 있다. 최선도국인 미국 대비 평균 기술격차는 2016년 1.6년에서 2017년 1.7년으로 심화됐다.
세계적 수준인 통신망 인프라를 바탕으로 IaaS는 쉽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PaaS나 SaaS 분야는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IaaS를 뒷받침할 PaaS도 부족하고 구동환경 호환성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 대비 인지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늦게 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당장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 의료, 교육 등 분야를 찾아 기업 간 연계 강화와 분야별 특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신수정 KT 부사장(IT기획실장)은 “AWS 등 외국계 기업이 클라우드 관련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5G 기반 서비스 또는 공공·금융 등 외국계 기업보다 KT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KT 등 국산 삼총사 반격 나섰다
KT, NHN, NBP 등 국내기업 세 곳도 클라우드 시장 점유 경쟁에 승부수를 띄웠다. 금융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KEB하나은행, KB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과 각각 금융보안원 안전성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공공사업을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획득하는 등 국내시장 선점을 위해 외국계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KT는 2023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000명을 양성한다. 클라우드 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공공시장과 금융시장은 맞춤형 클라우드로 공략한다. 일반기업 시장에서는 5G 융합 클라우드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금융시장은 올해 초 금융 클라우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민감한 정보도 클라우드로 전송이 가능해졌다.
4월 KEB하나은행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GLN)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했다. 금융권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제 완화 이후 첫 도입사례다. 금융보안원 적정성 테스트를 통과했다. 7월 금융통합보안관제가 가능한 전용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공공시장은 '공공클라우드' 서비스로 승부한다. 우정사업본부 망분리사업 등 300여 공공기관 고객을 확보했다. MS, 오라클, VM웨어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도 강화한다. 최근 MS, 오라클과 멀티 클라우드 사업 협업전략을 발표했다.
NHN은 클라우드 기술은 물론 실제 사용경험에 기반한 노하우로 고객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픈스택 기반 자체기술로 멀티 클라우드 연결에서 높은 호환성을 보장한다. NHN 클라우드 토스트(TOAST)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페이코와 게임, 쇼핑까지 직접 서비스한다. IaaS, PaaS, 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뿐 아니라 실제 운영 노하우까지 포함해 기업을 지원한다.
NHN은 최근 SaaS 통합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를 출시했다. 2021년 1분기까지 국내 클라우드 협업툴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해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메일, 업무관리, 메신저를 통합한 협업툴 두레이를 선보였다. 전자결재와 게시판 서비스 등 그룹웨어와 인사·재무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은 베타서비스로 오픈했다. 일본 도쿄리전을 비롯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리전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확보에도 주력한다.
NBP는 올해 공공·금융 부문 대상 클라우드 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SK텔레콤 바로, 펍지 배틀그라운드 등 대형 고객사례를 바탕으로 기업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올해 시장이 열리는 공공·금융 분야에 집중한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은 2017년 6개 카테고리 22개 상품에서 올 상반기 15개 카테고리 119개 상품으로 발전했다. 코레일 등 공공기관 고객도 확보했다.
NBP는 금융 시장 공략을 위해 코스콤과 금융 특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VM웨어와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력한다. 최근 위버시스템즈와 협력해 세계관세기구에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공급을 추진한다. 세계관세기구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한다. NBP 글로벌 리전은 독일,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세계 주요 거점에 위치해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