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주요 금융 허브 중 하나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성지 중 하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 선도 국가다.
금융 규제를 총괄하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증권선물법과 암호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을 관리한다.
MAS는 2017년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8년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비증권형 토큰, 즉 지불형 또는 유틸리티형 토큰만을 발행할 경우 규제를 적용 받지 않으며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불 서비스법(PSA)을 입법 발의해 법으로 제정했다.
PSA는 각종 지불 서비스 또는 페이 등을 관장하는 법이다. 전자화폐, 전자지갑, 온라인결제, 통화 교환, 암호화폐 거래소 등이 이 법에 의해 제도권 안으로 사실상 편입됐다. PSA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업이 지불형 또는 유틸리티형 토큰을 발행한다 하더라도 일정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올 하반기 시행된다.
종전 지불 시스템 감독법(PSOA)은 '현금' 유통 및 이체 등을 전제로 했다. 때문에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기업은 PSOA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에 제정된 새 PSA는 전통적인 현금 지불 시스템은 물론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사고파는 행위 또한 법률에 포함시키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지불형 또는 유틸리티형 토큰을 발행한다 하더라도 일정한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싱가포르 국세청(IRAS)은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 세금(GST)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토큰을 법정 통화나 기타 디지털 결제 토큰과 교환할 경우 GST 면제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GST 면제 △이전엔 암호화폐 거래액의 연간 회전율이 100만 달러를 넘는 경우 GST 등록이 필수였지만 연간 회전율이 100만달러를 초과하더라도 GST 등록 책임 면제 등 규정을 담았다.
싱가포르 소비세는 7%다. 소매점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행한 게임 포인트, 크레디트 등은 소비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 규정은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 4대 회계·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는 이같은 싱가포르 암호화폐 소비세 면제정책이 크립토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고로 ICO가 한창 붐이었던 작년 초, 싱가포르는 ICO를 하러 온 수십 개 한국기업당 27만달러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에 스위스와 몰타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싱가포르가 있다. 이미 핀테크 허브 국가로서 입지를 다진 싱가포르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시장을 닫거나 ICO를 금지할 때 반대로 명확한 ICO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수많은 기업과 프로젝트가 몰리며 아시아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많은 ICO 프로젝트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결국 싱가포르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세밀화, 구체적인 정의 효과에서 비롯됐다.
싱가포르가 내놓은 지불 서비스법(PSA)에 따르면 라이선스는 크게 3단계로 분류된다. 사업 범위에 따라 자금교환 행위만 가능한 라이선스, 일반적인 라이선스, PSA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메이저 라이선스'로 구분된다.
월평균 거래량이 300만싱가포르달러(약 26억원)를 초과하거나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를 일평균 500만싱가포르달러(약 43원) 넘게 보유하려면 메이저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즉 평균적 ICO 규모를 고려하면 대부분 암호화폐 발행 기업은 올해 하반기 지불서비스법(PSA)이 발의되면 메이저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싱가포르통화청(MAS)의 각종 요구사항을 준수할 의무가 부과된다. 특히 메이저 라이선스는 PSA에서 요구하는 자금세탁 방지, 이용자 보호, 기술적 위험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이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금세탁방지(AML)의무다. 전통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금융기관에 부과되어 왔다. 자금세탁 방지를 요구하는 세계 추세에 맞춰 금융기관은 매우 엄격하고 정교한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