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27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2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상태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임금 4만원 인상과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 공동 선언문'도 채택했다. 공동 선언문에는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협력사와 상생협력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록 '잠정'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현대차 노사가 큰 갈등 없이 단체협약에 합의해 다행이다. 무파업으로 합의하기는 8년 만이라니 산업계에 던지는 의미도 각별하다. KB증권은 합의안대로 이행하면 3800억~6300억원대의 영업이익 손실을 피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산 차질을 빚지 않는 것만으로 중견기업 매출에 육박하는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한 데는 최근 정치·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는 고꾸라지고 시장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졌다. 한-일 경제 갈등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겹겹이 악재뿐이다. 경제지표는 이미 '빨간불'을 켜고 있고, 올해 사상 최악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이어졌다. 소비심리도 2년7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내고 있다. 정국도 안개 속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일촉즉발 상황이다. 만약 현대차까지 파업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일대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사의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끝까지 합의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보여 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꾸기 위해서는 상생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현대차의 무파업 임단협 합의가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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