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소재·부품·장비 R&D 집중투자…'가마우지 구조'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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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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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재·부품·장비 핵심 원천기술 자립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데 따른 대책이다.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이어 28일 수출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주요 산업 핵심 소재부품이 제때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단순히 일본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산업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심 전략품목의 공급 안정성은 물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란 점에 따른 것이다.

◇정부, 핵심품목 기술 확보 R&D 총력

최근 정부의 소재부품 분야 R&D 예산은 감소세에 있었다. 2016년 982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예산은 2017년 9520억원으로 3304억원(3.0%)가량 줄었다. 이어 지난해 예산은 8366억원으로 전년대비 1154억원(12.1%) 감소했다. 당초 올해 예산도 825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추경이 반영되면서 1조원을 넘기게 됐다. 이처럼 예산이 줄어든 것은 중소기업과 대학 참여가 늘고 그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주력산업 분야 투자는 줄이고 자유공모 형태 과제가 증가하면서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품목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에 오는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이 3대 품목을 규제를 시도하면서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가치가슬에 의존했던 공급망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특히 화학(55.6%), 자동차(36.9%), 철강(34.6%), 반도체·디스플레이(29.2%) 등 주력산업 핵심 소재·부품은 물류상 이점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일본에 의존해 온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실제 생산에 따른 부가가치는 일본기업이나 선진국 기업에 쏠리는 가마우지식 구조에 휩싸였다.

정부의 이번 예산 집중투자는 긴급한 대일 현안 극복은 물론 이러한 가마우지식 산업구조를 탈피하는 데 방점을 뒀다.

정부는 연내 핵심품목 100+α 개를 선정해 핵심품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국내 기술 수준과 수입다변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4개 유형으로 분류해 원천기술개발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수요에 기반한 R&D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재부품은 물론 장비 기술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소재·부품·장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R&D 제도 틀 변화도 기대감 커

정부가 발표한 '핵심 원천기술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핵심 원천기술 자립화에 중점을 두면서도 미래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정책도 담았다.

특히 예비타당성 면제 제도 개선·패스트트랙 근거 마련·자율적 성과관리 등은 그간 속도와 꾸준한 투자가 필요했던 산업 R&D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시급한 정부 주도 R&D 과제라도 이를 평가하는 기관에 경제 타당성 등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업 자체가 사라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해소한 것이 예비타당성 면제제도다.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간 협력체계, 산업 파급효과 등을 분석해 R&D 경쟁력은 물론 재정운영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R&D 신속 추진을 위한 정책 근거를 마련한 것도 큰 성과다. 이번에 정부가 신속한 R&D 착수를 위해 수행기관 공모절차를 생략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도화했다.

자본과 인력, 기술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의 협업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소재분야 민간 R&D 투자는 증가했지만 수요처인 대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다보니 소재부품 개발보다 공정 개선 투자에 치우쳐 왔다. 실제 대기업의 공정개선 투자는 2015년 전체 투자의 13.3%에서 2017년 36.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소재부품에 대한 투자비중은 줄여온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대학과 연구소는 학술적 연구에 치중애 산업현장과 괴리가 발생했다. 이를 해소한 것이 상생형 R&D 활성화다.

핵심품목 관련 R&D 과제의 기업 매칭비중을 줄이고 과제 선정시 대기업 구매 협약 등 판로를 확보한 과제를 우대하는 방식이다. 또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이 먼저 투자한 중소기업 기술 개발과제에선 정부자금 지원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또 부처간 사업 연계과정에서 기술개발의 단절이 없게 '이어달리 모델'과 '산업 밸류체인 연계강화' 등 원천 연구에 대한 평가와 기업주도 상용와 평가를 일원화한 것도 기대감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대외의존도를 극복하고 국가 성장 기반을 확충해 나가겠다”면서 “사업추진 실적을 철저히 점검함으로써, 예산 확대에 따른 비효율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