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과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합의를 도출한 건 8년 만이다. 한-일 경제 갈등 등 위기 상황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합의안이 최종 통과되면 현대차는 연간 최대 63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노사는 하언태 대표(부사장)와 하부영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장에서 열린 '21차 본교섭'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임단협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관행적 파업을 지양하고 조기 타결에 집중한 끝에 무분규 잠정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교섭이 속도는 낸 건 노조 내부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했으나 파업 결정을 두 차례 유보하고 교섭에 집중했다. 노조는 올해 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추석 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선거 준비 단계로 넘어간다. 교섭 자체가 다음 집행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주요 합의 내용은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우리사주 15주) 등이다.
노사는 지난 7년 동안 끌어 온 통상임금 소송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에도 합의했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관련 노사 간 법정 분쟁을 해소하고, 각종 수당 등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게 됐다.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산입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지급 주기를 격월에서 매월 분할 지급으로 변경,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에서도 벗어났다.
노사가 채택한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 공동 선언문'에도 위기감을 반영했다. 선언문은 부품·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등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활동을 지속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9500명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상 특별고용 일정을 1년 단축, 2020년까지 채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잔여 2000명에 대한 채용을 앞당겨 추진한다.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9월 2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와 증권가는 무분규 임금협상이 타결될 경우 현대차가 최대 6000억원대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피해서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 규모는 우선주 포함 시가총액 대비 1.2∼2.0% 규모인 3838억∼6342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87~2018년 현대차 연평균 파업 일수는 14일, 생산 차질 대수는 4만8911대였다. 최근 3년 동안은 연평균 파업 일수가 17일, 생산 차질 대수는 8만829대로 피해가 더 확대된 상황이다. 파업만 없어도 현대차에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이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