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 문턱 넘은 '푹+옥수수' 토종 대형 OTT, 넷플릭스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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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옥수수 통합 OTT 서비스명 웨이브(wavve)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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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옥수수 통합 OTT 서비스명 웨이브(wavve)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았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9년 7월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월간순이용자(MAU)

공정거래위원회가 '푹+옥수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기업결합당사자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시정조치도 당초 심사보고서보다 일부 완화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역동성을 고려한 조치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이하 지상파)는 통합 OTT '웨이브(wavve)'를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 대항마로 육성할 방침이다.

◇SK텔레콤-지상파 협력 배경은

SK텔레콤이 지상파와 손을 잡은 배경은 글로벌 OTT 국내 진출이다.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1500억원을 투자하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방송사로부터 킬러 콘텐츠도 지속 구매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했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출시 이후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간순이용자(MAU)는 1월 128만362명에서 7월 185만5334명으로 44.9% 증가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유료방송이 미국과 달리 저가라는 점에서 OTT와 대체관계라고 볼 수 없지만, 잠재적 위협을 고려해 OTT '옥수수'로 대응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노하우와 보유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없어 한계에 부딪혔다.

지상파는 광고매출 급락으로 콘텐츠 투자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케이블TV 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장에 이어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 성장 영향이다. 2018년 방송매출 3조7965억원을 기록했지만 18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공정위 판단은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에서 '푹+옥수수' 수평결합은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료 구독형(SVoD) OTT 시장에서 점유율이 44.7%(9.2%+35.5%)로 1위로 올라서지만 글로벌 OTT 국내 진출 상황, 경쟁 사업자 대응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독으로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OTT 사업자(통합 OTT)와 콘텐츠 공급업자(지상파) 간 수직결합은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며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지상파가 다른 OTT 사업자의 콘텐츠 구매선을 봉쇄할 수 있고 봉쇄 유인도 충분하다고 봤다.

지상파는 통합 OTT의 경쟁 OTT로부터 VoD 공급 요청을 받을 경우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기존 VoD 공급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안 된다.

공정위는 지상파 콘텐츠를 OTT 사업을 위한 '필수설비'로 보지 않고 이보다 낮은 수준인 '핵심 콘텐츠'로 정의했다. 지상파에 '공급 의무'가 아닌 '협상 의무'를 시정조치로 부과한 이유다.

공정위는 통합 OTT가 역차별 받을 우려도 고려했다. 지상파는 통합 OTT에 콘텐츠 공급을 거절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OTT,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OTT 등과 협상하지 않아도 된다. 티빙과 넷플릭스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쟁점이 됐던 통합 OTT 오리지널 콘텐츠도 협상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자산 또는 권리 등이 계열회사에 있다면 이행을 위해 조치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는 예외임을 분명히 했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이번 기업결합 목적은 콘텐츠 경쟁 활성화”라며 “CAP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관련해 경쟁 OTT와 공급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소비자의 통합 OTT 접근 보장과 시청권 보호를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은 통합 OTT 가입 대상을 SK텔레콤 이동통신 및 SK브로드밴드 IPTV 이용자로 제한하면 안 된다. 다만 통합 OTT 가입자 확대를 위한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마케팅 지원은 가능하다.

지상파는 자사 웹사이트, 모바일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도 유지해야 한다.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 심사보고서 초안보다 줄었다. '이행기간 3년, 2년 경과 후 변경 요청'에서 '이행기간 3년, 1년 경과 후 변경 요청'으로 완화했다. 공정위는 앞서 이뤄진 방송·통신시장 기업결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행기간을 3년으로 정했지만 급변하는 OTT 시장상황을 고려했다.

경쟁사 KT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협상 의무 대상에 VoD뿐만 아니라 '실시간 채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상파가 이번 기업결합 신청 이전부터 푹 경쟁 OTT에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지 않아 심사에서 고려하지 않았다.

◇남은 절차는

KBS, MBC, SBS,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CAP는 시정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이행방안을 수립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시정조치 이행을 위한 자산이나 권리 등이 계열회사에 있다면 계열회사가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또 매 사업연도 종료 60일 이내 이행내용을 설명하는 보고서 및 증명자료를 공정위에 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사업부서와 독립된 부서에서 작성된 것이어야 한다.

SK텔레콤은 내달 18일 CAP 유상증자 대금 900억원을 납입하고 지분 30%를 취득한다. CAP는 같은 날 통합 OTT '웨이브(wavve)'를 출시한다. 법인명도 변경할 예정이다.

CAP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투자할 작품 선정도 본격화한다. SK텔레콤, 재무적투자자(FI) 등으로부터 약 290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첫 투자대상 작품은 웨이브 출시 간담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지상파는 “통합 OTT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공급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업자 간 활발한 경쟁을 유발해 전체 미디어 시장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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