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산단 공장 지붕 태양광 '1석3조'…귀뚜라미 아산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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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보일러 아산공장 지붕에는 6MW급 태양광 설비가 구축됐으며, 이달 1일부터 발전을 개시했다.

# 13일 기자가 찾은 천안아산산업단지 내 귀뚜라미보일러 아산공장 지붕 위에는 검은 파도가 출렁이듯 태양광 모듈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축구장 약 9배인 7만2925㎡(2만2040평) 규모, 총 1만6080장 고효율(360W·375W) 모듈로 구성된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만에 공사를 완료하고 이달 1일 발전(發電)을 개시했다. 우리나라 산업단지 내 태양광발전소 중 최대 설비규모인 6㎿급이다. 설계·조달·시공(EPC)를 맡은 신성엔지니어링 전문가가 공장 내에 상주하며 발전현황 및 이상유무를 실시간 체크하고 있었다.

'귀뚜라미는 왜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유휴 부지를 활용한 수익창출 △공장 내부 온도 낮춤효과 △계통연계 및 특정지역 보급 쏠림현상 극복 등 기대요인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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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보일러 아산공장 지붕에는 6MW급 태양광 설비가 구축됐으며, 이달 1일부터 발전을 개시했다.

총 5개동으로 나뉜 귀뚜라미 아산공장 태양광발전소는 하루 6~8시간 발전해 32㎿h 이상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유휴부지인 지붕을 제공해 임대료를 받고, 귀뚜라미 에너지가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발전수익을 얻는 구조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기를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판매효과가 더 크다는 결론에서 비롯됐다.

연간 발전수익은 약 12억원 안팎으로, 모듈 수명이 최소 40년 이상이기 때문에 장기 수익확보가 용이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적용받아 수익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미 지어진 공장이기 때문에 개발행위허가 절차도 생략됐다. 또 태양광 모듈 반사광을 남향으로 설계, 아파트 주민수용성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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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보일러 공장 내부 온도는 에어컨을 실시간 가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선선한 느낌이었다.

30℃를 웃도는 날씨에 공장 내부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울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에어컨을 실시간 가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외부보다 훨씬 선선한 느낌이었다. 이는 지붕 위 태양광 설비와 직접 연관이 있었다. 태양광 구조물 바로 아래에는 40㎜ 두께 단열재가 깔렸는데 태양광 모듈과 단열재가 열을 흡수해 공장 내부 온도를 2℃ 이상 저감하는 효과를 냈던 것이다. 공장 직원들 만족도도 상당했다. 귀뚜라미 입장에서는 임대·발전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공장 직원 근무환경 개선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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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형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기실(사진)을 통해 인버터로 전달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북·전남 지역에서 접수된 태양광 계통연계 신청 건수만 2만3000여건으로 이 중 연말까지 접속이 완료된 비율은 3.6%(844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에 접수된 계통연계 접수 건수는 96건이었다.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태양광 계통연계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귀뚜라미 아산공장 태양광발전소는 완공과 동시에 계통연계에 성공, 시공 후 3개월 만에 발전 사업을 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국내에서 지붕 임대형 태양광발전 사업이 활성화되면 멀쩡한 산을 깎는 행위로 인한 국민 반발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었다. 계통지연·특정지역 쏠림현상 등 태양광 산업 문제에 대한 극복방안을 '보이지 않던 산단 내 지붕 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다.

이상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센터장도 “정부와 함께 산업단지 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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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아산공장 태양광발전소 시공 전(위)과 시공 후 비교.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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