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이민화 회장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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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영면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잊을 만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그대로다. 오히려 빈자리가 더 커진 느낌이다. 황망한 소식 이후 추도식까지 애도 물결이었다. '혁신의 전도사' '벤처계 선구자'는 그냥 따라붙는 꼬리표가 아니었다. 여전히 이민화가 주는 울림은 깊고 넓었다. 새삼 어설픈 공적 나열이 결례로 비칠 수 있다. 그래도 고인이 남긴 정신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영원한 청년 창업가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민화 정신'은 크게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는 이노베이션 즉 '혁신'이었다. 이 회장이 말하는 혁신 정의는 좀 달랐다. 막연히 변해야 한다는 선언이 아니었다. 개방이 곧 혁신이라는 '오픈 이노베이션' 주창자였다. 제조와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까지 개방해야 한다는 열린 혁신주의자였다. 특히 혁신성과 경제성을 대척점에 놓았다. 혁신은 조직이 작을수록, 효율은 조직이 커질수록 좋다는 소신이었다. 혁신과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조직은 없으며 작은 조직에서 혁신이 출발해 큰 조직이 이를 끊임없이 수혈해야 성과를 낸다고 봤다. 그래서 기술 주도 벤처·중소기업과 시장을 이끄는 대기업 상생과 협력을 중요시했다. 기업에서 생태계 주도로 바뀌는 시장 경쟁 흐름을 앞서 읽은 것이다.

두 번째는 규제와 관련해서는 타협이 없었다. 안보·환경·개인정보와 같은 꼭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철저한 '규제 무용론자'였다. '기술이 번 돈을 제도가 까먹는다'며 규제는 최소화해야 신산업과 시장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 진화보다도 법과 제도개혁이 세상을 더 빨리 바꾼다며 한평생 규제 개혁에 앞장섰다. 규제를 보는 판단 기준도 명확했다. 실용 관점이었다. 규제는 사실 시대는 물론 입장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이 회장은 시장과 사회 편익에 따라 규제를 측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막연히 불편하기 때문에 규제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데 막는다면 모두 불필요한 규제로 봤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 확산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해도 빈 말이 아니다. 혁신과 규제개혁도 모두 이를 위한 자양분으로 봤다. 이론도 스스로 체화해 새로 재정의했다. 우리 토양에 맞는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했다. 전통 태극이론과 홍익인간 사상을 빌어 '기업가정신 2.0'이론을 완성하고 보급에 앞장섰다. 1.0이 도전과 실패를 강조했다면 2.0은 지속 가능성과 선순환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이론이 가치 창출이 목적이었다면 이민화의 기업가정신은 사회, 기업, 개인 삼요소의 분배를 강조하고 선순환 리더십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단순히 창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성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소신이 투철했다.

줄곧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정책과 시장을 위한 기본과 원칙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직접 몸으로 실행했기에 더욱 절절히 와 닿는다. 이민화 회장이 평생 첫 인생 자서전이라며 내밀던 책이 기억난다. 표지 사진을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밝게 웃으며 아내 뒤를 살포시 따라가는 사진이었다. 그 때는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제목이 더 눈에 들어온다. '도전과 개척의 삶 60년, 끝나지 않은 도전'이다. 이민화가 있기에 그나마 대한민국 벤처가 여기까지 왔다. 나머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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