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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5년 내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국내는 의료·시민사회 단체 반대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당정이 합의한 제한적 원격의료는 법안 발의조차 안된 상황이며, 최근 첫 발을 디딘 시범사업도 연일 의료계 반대에 몸살이다.

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세계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약 383억 달러(약 46조원)로 추정된다. 2025년에는 약 1305억달러(약 160조원)로 세 배 이상 급속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의사와 의료진 일자리 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 온라인 의료 커뮤니티인 독시미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내 원격의료를 병행하는 의료진은 약 20% 증가했다. 또 2015년부터 2017년 간 원격의료를 이용한 환자는 261%나 늘었다. 이는 의료진 부족, 환자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보험사의 원격진료 비용 상환 등이 배경으로 꼽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올 상반기 늘어나는 원격의료 수요에 대응해 최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각국 정부와 공공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임상 의사결정 지원 도구, 원격의료와 공급망 관리를 위한 모바일 기기 사용 등 10가지 권고안을 담았다.

세계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달 정부는 강원도를 디지털헬스케어 특구로 지정,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하도록 했다. 일반 도시를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의사 단체 반발이 거세다. 대면진료를 원칙을 뒤흔드는 동시에 의료 서비스 질 저하와 영리화 빗장을 여는 행위라며 연일 철회를 요구한다.

관련 법 제·개정도 1년 째 잠잠하다. 지난해 2월 의원 발의를 통해 도서 산간지역, 격오지, 군부대 등에 선박을 추가로 원격의료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 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당정이 합의해 스마트 협진이라는 개념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원격의료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발의조차 안됐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2016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선박을 포함시킨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라면서 “지난해 당정이 합의한 스마트 의료 법안도 실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회와 발의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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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를 시험하고 있다.(사진=기계연)

한국의 원격의료는 세계 수준 의료 역량과 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가치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4년 첫 원격의료 허용 법안 발의 후 매 정권마다 추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고령화 심화, 만성질환자 확대 등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처방, 의사, 질환 등에 따라 원격의료도 상세히 나눌 수 있는 데, 정의를 명확히 해서 우리 현실에 맞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체계적 관리와 예방을 위해 원격의료는 효율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