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공장이라면 모든 것이 자동화됐을 줄 알았습니다.”
김재현 삼송캐스터 대표가 협력사와 함께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방문하고 느낀 첫 인상이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삼송캐스터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바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미국·일본·캐나다·동남아시아에 'TRIOPINES'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있다.
삼송캐스터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맞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내놓을 수 있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결심했다. 김재현 대표가 앞장섰고 임직원이 힘을 합쳐 혁신에 나섰다.
김 대표는 회사 내부 변화 못지 않게 어려운 것이 협력사와 함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각자 영역에서 오랫동안 제조 노하우를 쌓아온 협력사들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어렵거나 혹은 귀찮은 일로 여겼다.
앞서 스마트공장 도입을 진행한 김 대표와 제조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제조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방안을 협력사에 제안했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만 생각하고 공장을 방문했던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의 제조 현장에서 만난 '일상 속 작은 혁신'의 모습에 놀랐다. 계란판을 이용해 현장 소음을 줄이고 남은 자재를 따로 모아서 재활용했다. 작업 환경의 비치된 비품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작은 재료 등도 아껴쓰는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 대기업이라면 제조 현장이 모두 자동화돼 최첨단으로 운영되고 재료 등도 아낌없이 쓸 줄로만 생각했다”면서 “예상과 다른 모습에 다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큰 자극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스마트공장 도입을 '로봇'이나 '자동화'로 연상되는 시스템 구축이란 것만 염두에 두고 어렵게 다가왔던 중소기업에는 '해볼 수 있다'는 결심을 서게 했다. '알아서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기업에는 기본을 지키는 철저한 작업환경관리와 품질개선을 추구하는 모습에 '더 잘해보자'는 자극을 주게 됐다.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중소기업 대표 중심으로 500여명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으로 초대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변화는 현장에서 더 반겼다. 익숙한 작업환경을 바꾸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직원들은 달라진 작업환경에 편안함을 느꼈다.
생산관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제대로 구축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은 '네이버'를 이용하는 것보다 쉽다면서 주변에 전파하는 '스마트공장 혁신 전도사'가 됐다.
삼송캐스터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캐스터를 제조·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네이버랩스 등의 기술지원을 받아 '근력증강카트' 상용화를 앞뒀다. 품질혁신에 아울러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원가절감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변화와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막연한 불안감이나 저항감을 갖기 보다 열린 자세로 각자 위치에서 철저히 소임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