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산업혁명시대, '컴퓨팅적 사고력' 함양으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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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왕철 제주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단장(교수)

오래 전 로마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많은 로마 시민이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미켈란젤로'라는 주제 하나만을 얘기해도 충분해서, 관광이나 이야기 꺼리로 자기 직업이 되고 장사 밑천이 돼 보였고, 변하지 않을 훌륭한 자산이란 거였다. 아무래도 그들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미켈란젤로만 얘기하고 활용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거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하는 푸념 중에 하나가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뀐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이르러서는 3년만 지나도 거의 천지가 바뀐 것 같은 상황변화를 느끼곤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경쟁이 심한 탓도 있다. ICT기술 기반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되면서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뀐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좀더 빠르고 쉽게 개발되고 배포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이뤄져서 변화를 더 급격하게 이끄는 것 같다.

최근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일반인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말이 되어 버렸다. 뭔가 세상이 개벽하고 ICT 기반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이 확산됐다. 그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아주 많은 듯 하다. 1988년 마크 와이저가 유비쿼터스 개념을 제창하고, 사회적으로 크게 회자되면서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에 커졌다. 점차 사물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들에 대한 개발이 촉진되고 널리 알려졌다. 인공지능에 이르러서는 기계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이 머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러면, 그 혁명은 어떻게 오는 걸까?

먼저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데이터 과학이 중요하게 된 현재의 상황에서 아마도 많은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 핵심은 소프트웨어이다. 2차 산업혁명에서는 기계가 그 중심에 있었다. 3차산업혁명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 뇌리에 그리 많은 기억을 주지 못했으나 그 시대를 거치면서 컴퓨터 하드웨어가 사업 전반에 보급됐다. 사람들 대다수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 지면서 혁신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빅데이터 기술로 인해 그 데이터들이 복합적으로 현재의 많은 상황을 파악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또한, 가상화기술에 기반한 클라우드 등의 ICT 인프라의 변화에 힘입어, 많은 환경들에서 점차 하드웨어에 대한 필요성을 소프트웨어로 대치한다. 소프트웨어만으로 개발돼 배포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간다. 상상 속 세상에 대한 얘기로만 치부될 지 모르나, 소프트웨어에 의해 모든 것이 이뤄지고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으로 바뀐다.

최근에 논란이 되는 차량 공유서비스인 '타다'를 타보면서 참 편하단 생각을 한다. 큰 이유중 하나가 차를 타는 시점에 이미 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운전기사가 어느 길로 가던지 요금에 대해 신경이 거슬리지 않았다. 이제는 그간 정보통신 혁신으로 인해, 출발지와 도착지가 결정되는 순간 이미 그 요금이 결정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준비돼있다. 오래전 정보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에 제작된 미터기에 의존하면 운전기사 경로 선택에 따라 최종 서비스 요금이 달라진다. 반면 '타다'는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결정하는 시점에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 생활 속의 데이터가 이미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4차산업 혁명은 소위 데이터 과학 세상이라고 불리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디지털 라이프 향유하면서도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이해하면서 살아나갈까? 수없이 쏟아지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줄 알고, 이를 향유해 나가려면 개인의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그 변화는 소위 컴퓨팅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극복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컴퓨터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근원적인 방식을 이해하면, 향후 바뀌게 될 세상에 스스로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심지어 창조적으로도 대응해나갈 수 있다.

제주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되어 전교생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획한 이 사업은 전공자들에게 대한 교육을 강화해서 뛰어난 인력을 키워내도록 한다. 동시에 모든 분야 학생에게 코딩 교육을 통해 컴퓨팅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익히게 하려한다. 급격하게 변화할 세상에 우리의 학생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되려 이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줄 수 있는 교육환경 혁신이 되리라 본다.

아마도 서두에 언급했던 로마시민들은 여전히 미켈란젤로를 얘기하면서 살아갈 것이지만, 세상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변하면, 우리 택시의 환경이 변했듯이, 그들의 세상도 변해서 소프트웨어를 이해해야 더 잘 살아가지 않을까?

송왕철 제주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장(교수) philo@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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