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코리아가 지난 5년간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원인 미상을 제외한 약 70%가 전손 부활이나 외부 수리, 엔진 튜닝, 외부 장착물 등 외부 요인에 의한 화재였다.
올해 6월 26일 판교 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 7시리즈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EGR 리콜과 무관한 2012년식 가솔린 모델임지만,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불안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7시리즈가 전손 부활 차량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중순 전북 임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X1 차량 역시 2012년에 전손 처리 후 부활한 차량이었다. 외부 공업사 수리 흔적도 있었다.
전손 부활 차량이란 심각한 사고로 차량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폐차해야 하는 차량을 뜻한다. 보험사는 사고로 손상된 차량 수리 비용이 적정한 가치를 초과하거나 손상된 차량의 수리가 불가한 경우, 수리를 해도 정상 기능을 다할 수 없을 때 전손 보험 처리를 한다. 이후 보험 가입자에게 차량 가액을 지급한 후 폐차장에 처분해 손실을 보전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폐차업자들이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수리해 외관상 하자가 없어 보이게 만든 후 중고차 시장에 불법으로 유통한다.
전손 부활 차량 부작용은 심각하다.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해 판매돼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7월 말까지 보험사가 전손 처리해 폐차해야 할 차량은 1만7000여대에 이른다. 실제 전손 부활 차량은 연간 5만여대로 추산된다.
리콜을 받지 않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7월 10일 대전·당진 고속도로에서 불이 난 차량은 2013년식 525d로, 지난해 긴급 안전진단만 받고 EGR 리콜은 받지 않은 차량으로 확인됐다. 리콜을 강제할 수 없는 국내 법규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제품 결함과 무관하게 무분별한 튜닝, 저가형 유사 부품 사용, 검증되지 않은 외부 업체의 잘못된 수리, 리콜 미이행 등이 차량 화재를 부추겼다. 특히 차량 임의 수리로 인한 화재는 2015년부터 3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MW가 외부 수리와 불법 장착물로 인한 총 71건의 화재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블랙박스와 보조배터리 등 외부 기기의 잘못된 설치로 인한 화재가 36건, 수리를 통보했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 중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및 고객 부주의가 16건, 전손 부활이나 잘못된 외부 수리, 비인가 부품 사용으로 인한 화재가 19건에 달했다.
외부 기기 설치의 경우 △연료 저감 튜닝 키트 설치 등 무분별한 엔진 튜닝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스피커, 내비게이션 매립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잘못된 배선 작업으로 인한 화재가 있었다. 리콜을 통보받았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 중 불이 났거나 고객 부주의 △사용 연한이 지난 디젤 미립자필터(DPF) 미교체 △오일 및 연료 계통 관리 부족 △실내에 보관된 라이터에 의한 화재 사례도 있었다.
잘못된 외부업체 수리로 인한 화재는 △전손 부활 차량 △전류 케이블 설치 불량 △연료 고압 펌프 교환 이후 연료 누설 △잘못된 엔진 분해 수리 △비정상적으로 설치한 배기 시스템 △비정품 DPF 사용 등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