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소속된 미국 전자업계 6개 단체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일 양국 정부에 공동 발송했다. 단체들은 글로벌 ICT 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통해 한·일 양국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해결이 여의치 않으면 미국 행정부가 중재 역할에 나서는 근거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등 6개 단체는 23일(현지시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 명기된 단체는 SIA를 비롯해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 소비자기술협회(CTA),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 전미제조업자협회(NAM)다. 이들 단체에는 애플, 인텔,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CT와 전자업체 대부분이 속해 있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대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양국 분쟁으로 인해 규제 불확실성, 잠재적 공급망 붕괴, 제품 출하 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세계 ICT 산업과 제조업은 상호 연관성과 함께 복잡함이 작용하는 공급망 및 적기 재고 확보 등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출 규제 정책의 변화는 공급망 붕괴, 출하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 서한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인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자국 산업계가 목소리를 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설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전자업계를 움직인 것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미국에 도착한 유 본부장은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알렸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