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에 의견서 제출
우리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제외하려는 일본의 조치를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즉시 원상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오전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우리 정부 의견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60년 이상 긴밀하게 유지·발전해 온 한·일 경제 협력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 협력 근간을 흔드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피력했다.
의견서는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및 우대국 제외 방침에 강력 반대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의견서에서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우대국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이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과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일본 정령 개정이 국제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제한 근거로 내세운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catch all) 통제가 불충분하다'는 주장에 대해 국내외 규범에 따라 재래식 무기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한국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 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캐치올 통제 도입 권고 지침을 모두 채택했다”면서 “(국내에서도) 대외무역법,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조치 고시 등 (국내)제도 틀도 갖췄다”고 밝혔다.
수출통제관리 시스템이 전문성을 갖춘 부처·기관별로 세분화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바세나르체제 전문가그룹에서 제안된 안건 81개에서 19개를 제안, 이 가운데 10개를 통과시킨 최우수국가로 평가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이틀째 회의장에선 우리나라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일본 측이 격돌했다. 이날 의제는 여덟 번째 안건부터 시작해 우리가 제안한 의제는 네 번째 안건으로 등장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며 일본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강조했던 WTO 규범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일본 기업과 세계 자유무역과 공급사슬망에도 타격이 미친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힘을 합쳐 당당히 가자”며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오찬에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겠지만 이번이 우리에게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역량을 총동원하면 지금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