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국내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의 실무적 운영방안 및 중소기업 고려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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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특허법원 국제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

이주환 특허법원 국제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

지난 첫 번째 칼럼에서는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의 의의와 미국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법리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 칼럼에서는 미국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한 9가지 정황증거인 Read Factors를 살펴보고, 이를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이 규정하는 8가지 정황증거와 비교하여 검토하였다.

세 번째 칼럼에서는 이상에서의 내용에 근거하여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의 실무적 운영방안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에 대해서 살펴본다.

미국 지방법원이 Read Factors의 9가지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으로 증액손해배상액 산정판결을 선고하듯이, 앞으로 우리법원은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이 규정하는 8가지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의침해여부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정도를 판단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증액손해배상액 산정판결을 선고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특허법상 정황증거들은 법 규정에 근거하여 증액손해배상액의 산정판결이 선고되도록 함으로써, 증액손해배상액의 산정판결이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은 “증액손해배상액을 판단할 때에는 8가지의 정황증거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자칫 이 규정은 고의침해여부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을 판단하기 위하여 이 규정이 언급하는 “8가지 정황증거만”이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칼럼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법원은 고의침해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황증거로 3가지 정황증거로 이루어진 Bott Factors를 먼저 채택하였고, 이후 6가지 정황증거를 추가하여 9가지 정황증거로 이루어진 Read Factors를 채택하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고의침해판단과 손해배상액의 증액판단을 위하여 Read Factors 이외에 또 다른 정황증거들이 이용될 수 있다. 나아가 미국에서는 하나의 사건에서 Read Factors 9가지 정황증거 모두를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정황증거에 근거하여 고의침해여부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을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이 이 규정이 언급하고 있는 8가지의 정황증거만이 고의침해판단과 손해배상액의 증액판단에서 이용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증액손해배상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사견으로는 특허권자로 하여금 침해자의 행위에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자유롭게 증명할 수 있도록, 그리고 침해자로 하여금 자신에 행위에 비난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자유롭게 방어할 수 있도록, 차후에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이 규정하는 8가지 정황증거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방식의 개정은 우리법원으로 하여금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이 규정하는 정황증거에 구속받지 않고,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소송에서 제출한 다양한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침해자의 행위에 내재하는 비난가능성을 자유롭게 평가하여 고의침해의 인정여부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정도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증액손해배상액 산정판결이 선고되도록 할 것이다. 특히 이런 방식의 법 개정은 미국실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사실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의 5개 지방법원과 그 상급심법원인 특허법원에 증액손해배상판결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들 법원들은 개별사건에서 재량으로 고의침해의 판단과 손해배상액의 증액판단을 자유롭게 한 후에, 최종적으로 증액손해배상액 산정판결을 선고하면 된다.

첫 번째 칼럼의 내용인 미국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 법리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권자로부터 특허침해경고장을 받은 침해자는 고의침해를 회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선의를 증명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의견서를 획득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미국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에서 변호사의 의견서는 Read Factors ②번 요소인 “침해자의 선의형성여부”와 관련이 있고, 침해자의 고의침해 회피방법으로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의견서는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9항 제2호 정황증거인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와 관련이 있고, 특허권자로부터 특허침해경고장을 받은 침해자가 특허침해행위를 하기 이전에 특허권자의 특허권이 무효이거나 자신의 침해피의제품이 당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변호사의 의견서를 받아둔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선의를 증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특히 두 번째 칼럼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듯이, 고의침해를 회피하려는 침해자가 “기업외부의 특허전문변호사”에게 의견서를 획득한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선의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장 효율적이다. 사내변호사의 의견서는 기업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할 것이어서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리고 특허사건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변호사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기술과 특허법에 대한 지식을 갖지 못하다면, 특허발명의 분석과 이에 대한 침해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도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 가치가 낮을 것이다. 그리고 침해자는 특허권자로부터 특허침해경고장을 수령한 시점으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변호사의 의견서를 받는 것이 고의침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리하다. 나아가 침해자가 변호사의 의견서를 받을 경우 그 변호사의 의견서에는 ① 특허출원의 경과에 대한 내용, ② 특허청구범위에 대한 내용, ③ 선행기술의 내용, ④ 침해자의 침해제품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침해자의 선의를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다면, 고의침해를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 변리사가 작성한 의견서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가? 사견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변리사는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권은 없지만,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변리사시험을 통한 특허법에 대한 지식, 지식재산권에서의 다양한 업무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발명의 분석을 통한 특허침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변리사의 의견서가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서 가치가 낮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현재 변리사들은 특허발명과 실시제품간의 권리범위확인심판과 관련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대리권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와 침해자 사이에 문제되고 있는 특허권의 내용을 분석하고 침해피의제품이 특허권자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대하여 전문적인 의견이 담긴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해자가 변리사의 의견서에 근거하여 고의침해의 회피주장을 한다면, 우리법원은 변리사의 의견서가 가지는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서 가치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자연계 출신이 아닌 인문계 출신 변리사들이 작성한 의견서는 사내변호사의 의견서와 특허사건을 전문하지 않는 변호사의 의견서와 마찬가지로,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서의 가치가 낮을 것이다. 그리고 특허사건의 경우에도 변리사의 “전공분야”가 문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기계공학을 전공한 변리사가 의약분야나 생명공학분야의 특허권과 관련된 의견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고의침해회피의 정황증거로서의 가치가 낮을 것이다. 그 이유는 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관련하여 기계공학을 전공한 변리사가 의약분야와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일반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허권자는 침해자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고의침해에 근거한 증액손해배상액을 청구할 경우, 청구취지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기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는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는 자신이 주장⋅증명하려는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의 금액으로 청구취지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특허권자가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취지에 기재한 경우, 만일 지방법원이 특허권자가 주장한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을 모두 인정하고 침해자의 행위에 비난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판단하여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을 3배로 증액하는 판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실심법원은 처분권주의에 근거하여 청구취지에 기재한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의 2배에 해당하는 증액손해배상액 판결을 선고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불이익을 입지 않으려면 특허권자는 전보적인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의 금액으로 청구취지에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고액의 손해배상액을 청구취지에 기재할 경우, 인지세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의 내용을 종합한다면 2019년 7월 9일부터 시행된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에 대하여 우리 중소기업이 유념하여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특허권자로부터 침해경고장을 수령할 경우, 향후에 제기될 수 있는 특허침해소송에서 고의침해를 회피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특허권자의 특허권이 무효이거나 자신의 제품이 당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특허사건 전문변호사의 의견서를 받아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이 방법은 상당한 금전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특허권자의 특허권이 구체화하고 있는 특허발명에 대한 회피설계 또한 침해자의 입장에서 고의침해를 회피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따라서 현재 생산,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회피설계가 가능하다면, 빠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이 고의침해의 회피를 위하여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필수적으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 회피설계의 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대기업이 자신과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특허침해를 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1항 제9호상 정황증거인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여부”는 침해자인 피고가 원고보다 경제적으로 혹은 사업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 이를 이용하여 특허침해행위를 한 것이 인정될 경우, 고의침해와 손해배상액의 증액을 지지할 수 있는 정황증거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한다면 고액의 증액손해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소액을 산정됨으로써,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적절하게 구제할 수 없고, 발명자의 특허발명에 대한 동기를 감소시키며, 또한 기업들의 특허발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잠재적인 특허침해행위에 대한 억제적인 기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현재보다 고액의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산정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특허법이 목적으로 하는 혁신을 통한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많은 비판과 논란에도 우리 특허법에 증액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이 제도를 도입한 특허정책이 “좋은 정책(good policy)”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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