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주년을 맞은 시트로엥은 전통적으로 대담하고 창의적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지난해 전 세계 80개국에서 105만대 이상 팔릴 만큼 잘 나가는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다.
시트로엥은 'Inspired by You'라는 새 브랜드 슬로건을 바탕으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분석, 차량 개발에 반영한다. 특히 기존 SUV가 충족하지 못한 가장 큰 가치가 편안함이라는 것에서 착안해 '뉴 C5 에어크로스 SUV'를 개발했다. 시트로엥이 추구는 편안함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뉴 C5 에어크로스 SUV를 시승했다.
뉴 C5 에어크로스는 SUV는 '세단보다 편안한 SUV'를 목표로 편안함을 위한 시트로엥의 100년 노하우를 집약했다. 기획부터 설계, 세부 디자인,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탑승자의 신체적,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시트로엥 어드밴스드 컴포트'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 차는 시트로엥에서 플래그십 SUV 자리를 맡는다. 대다수 플래그십 모델이 외관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브랜드 특유의 개성 있고 강렬한 디자인을 내세운다. 워낙 독특한 디자인이라 보는 이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차체는 전장 4500㎜, 전폭 1840㎜, 전고 1690㎜로 동급 준중형 SUV 모델보다 넉넉한 크기를 갖췄다. 전면은 주간주행등까지 이어진 더블 쉐브론 엠블럼과 높게 솟은 보닛이 눈길을 끈다. 지름이 720㎜에 달하는 거대한 휠하우스는 당당함이 느껴진다. 풀 LED 헤드라이트와 네 개의 3D LED 모듈로 구성된 리어램프는 뚜렷한 인상을 완성한다. 여기에 도어 하단과 범퍼에 위치한 컬러칩, 투톤 루프바, 옆 창문을 감싼 C자형 크롬 테두리 등 강렬한 그래픽 요소가 시트로엥의 재치를 보여준다.
실내는 넓은 공간을 강조하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채택했다. 여행용 트렁크에서 영감을 얻은 스트랩과 둥근 사각형 모양을 스티어링 휠과 에어컨 송풍구, 도어트림, 손잡이 등에 적용해 외관과 통일성을 강조했다.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는 뉴 C5 에어크로스 SUV의 편안한 주행감을 완성하는 핵심 기술이다. 시트 중앙에 고밀도 폼과 그 위를 감싸는 15㎜의 두툼한 고밀도 폼을 이중으로 적용해 내구성과 복원력이 우수하다. 디젤차지만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주행에도 마치 거실의 소파에 앉은 것처럼 안락했다.
실내와 적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PSA그룹 모듈형 플랫폼인 EMP2를 기반으로 공간 활용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슬라이딩과 폴딩이 가능한 세 개의 2열 시트는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평소 580ℓ에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30ℓ까지 늘릴 수 있다. 1.5ℓ 물통이 들어가는 큰 센터콘솔과 글러브 박스도 갖췄다. 가로 840㎜, 세로 1120㎜의 대형 파노라믹 선루프는 시원스러운 개방감을 선사한다.
파워트레인은 1.5ℓ와 2.0ℓ 두 가지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하는 2.0ℓ BlueHDi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실사용 영역인 1750rpm~20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가 터져 경쾌한 가속감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엔진은 신속하고 부드러운 변속 감각을 지닌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뤘다.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편안한 승차감은 이 차의 최대 강점이다. SUV는 차고가 높아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1994년 다카르랠리에서 우승한 ZX 모델에 처음 탑재된 이래 현재 C3 WRC 모델에서 유래한 이 기술은 댐퍼 상하에 두 개의 유압식 쿠션을 추가해 노면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시트로엥은 이 서스펜션과 관련해 2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뛰어난 연비도 매력적이다. 고효율 변속기와 엔진은 스톱 앤 스타트 등 앞선 연료 효율 기술 덕분에 복합 연비 12.7㎞/ℓ(도심 11.8㎞/ℓ 고속도로 14.0㎞/ℓ)를 실현했다. 시승 기간 서울 도심에서 석모도를 왕복하는 150㎞ 구간을 여유롭게 주행한 결과 공인 연비를 넘어서는 15㎞/ℓ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는 19가지에 달한다. 차선을 벗어나면 스티어링 휠에 하중을 가하는 능동형 차선이탈방지시스템과 안전한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롯해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비상 충돌 위험 경고, 주차보조시스템을 갖췄다. 그립 컨트롤과 전후방 카메라와 센서를 포함한 360 비전, 운전자 주의 경고 및 휴식 알림 등도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시승차인 2.0 샤인 트림에는 스톱 앤 고 기능을 적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오토 하이빔 헤드라이트, 교통 표지판 신호 인식 기능이 추가됐다. 자율주행 레벨2에 해당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은 30㎞/h 이상에서 차량 주행을 모니터링하고 속도와 차간거리, 조향을 보조하며 차선을 따라 주행하도록 유도했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 가격은 1.5 필 트림 3943만원, 1.5 샤인 트림 4201만원, 2.0 샤인 트림 4734만원이다. 기본형부터 15가지 주행보조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훌륭한 편이다. SUV 홍수 속에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뚜렷한 개성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무장한 신차였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