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진화하는 '원격 전자동 주차'

초기의 자동차 주차 기술은 탐지거리 1.5m 이내의 전후방 초음파센서를 활용한 '주차 거리 경고(PDW; Parking Distance Warning)'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다음 단계는 주차 보조시스템(PA; Parking Assist)으로 운전자가 변속과 가감속을 조작하고, 주차공간 탐색과 핸들링은 시스템이 전담하는 것이다.

'전자동 주차'란 한층 진보한 기술로 핸들링뿐만 아니라 변속, 가감속까지 시스템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주차가 미숙한 초보 운전자, 고령 운전자에게 특히 유용해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키 등으로 제어할 수 있으면 '원격 전자동 주차'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NEXO)'에 적용한 원격 전자동 주차시스템은 직각주차와 평행주차를 모두 지원한다. 좌우 전후로 총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주차 슬롯(Slot)에서 앞뒤, 좌우로 각각 40cm의 여유 공간이 있으면 자동으로 주차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가 20km/h 이하의 속도로 서행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주차 공간을 탐색한다. 임의 지점에서 운전자가 정차해 '원격 전자동 주차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는 탐색한 주차 공간 중 가장 최근의 것을 운전자에게 제시한다.

운전자는 주차 공간을 선택한 뒤 하차해 스마트키의 '원격 주차' 버튼을 눌러 자동주차를 진행한다. 이 때 운전자의 원격 제어는 차량 반경 4m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운전자의 주시 의무 준수 차원이다. 주차 속도는 안전을 감안해 3km/h 내로 제한된다. 이러한 방식을 역순으로 적용하면 좁은 공간에 주차된 차량을 전진시켜 자동 출차까지도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평행 주차가 어려운 반면, 자동 주차 시스템은 오히려 직각 주차가 난이도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전자동 주차시스템은 서행 중 초음파를 쏘면서 주차된 차량과 거리를 샘플링해 빈 공간을 탐색하는데, 직각 주차 시에는 주차 차량 정면 또는 후면 등 표적의 면적이 좁기 때문에 샘플링 개수가 줄어들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의 초음파 기반 전자동 주차 기술은 앞으로 카메라 센서, 레이더 센서, 라이다 센서와 센서융합으로 정밀도를 한층 높여나가게 될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원격 전자동 주차 기술을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시스템'과 통합하는 기술의 선행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SVM은 카메라 센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주위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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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넥쏘를 이용해 자동 주차를 시연하고 있다.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의 센서와 제어기 등 하드웨어적 구성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 여기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은 다양한 지형 변수에 대한 시스템의 학습량과 이에 따른 알고리즘의 성능에 따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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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넥쏘를 이용해 자동 주차를 시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은 다양한 지형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하고, 기억하게 해 인식 성능을 높였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인 98%의 주차 공간 인식률을 자랑한다. 역설적으로 고밀도의 국내 주차환경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다보니 정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원격 전자동 주차 시스템에서 한 단계 진화한 '자동발렛주차(AVP)'기술을 지난해 확보해 고도화 작업 중이다. 이 기술은 자동차가 탑승자를 목적지에 하차시키고, 스스로 공간을 찾아가 주차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역으로 주차된 차량을 호출해 원하는 위치로 다가오게 할 수도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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