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붉은 수돗물 사태는 '쇼윈도 행정'이 낳은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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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기 등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것에 비상이 걸렸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에 이어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붉은 수돗물로 인해 물과 공기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약 280ℓ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수도를 통해 공급된다. 그런데 요즘 시민의 생명수인 수돗물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대표 사례다.

인천시와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 일부 지역 또한 붉은 수돗물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간간이 접수되고 있다. 다행히 시 당국의 조치로 정상을 되찾았지만 주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해 고양시 일산구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파열 사고와 함께 노후화된 지하기반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노후 기반시설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자 4년 동안 32조원을 투자해 낡은 시설물을 정비하고 체계를 갖춘 관리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간접자본(SOC)은 1970년대 집중 건설돼 40년이 지난 현재 노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하시설물의 경우 공동구의 25%, 통신구의 35%, 하수관로의 23%가 30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20년 이상 노후화 비율은 송유관(98%), 통신구(91%), 하수관로(40%), 가스관(35%) 등이다.

상수관로도 전국에 걸쳐 노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전국의 수도관 총연장은 20만9034㎞이며, 매년 2.5~3.0%(5000㎞ 이상)의 수도관이 신설되고 있다.

기존 수도관의 교체 비율(0.6%)과 개량 비율(0.9%)은 신설 비율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전국의 상수도관 가운데 30년이 넘은 것은 2만3000여㎞로 전체의 11%를 차지한다.

수도관 내구연한(주철관·강관 30년, 폴리에틸렌관 20년)이 20~30년인 것을 생각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붉은 수돗물 민원이 번번이 접수되는 김포시 김포본동의 경우에도 과거 김포시 구도심의 교통·문화 중심지이자 주요 관공서 밀집 지역으로, 1980~1990년대에 설치한 노후관과 정확한 위치 파악이 되지 않는 급수관·다발관이 집중된 곳이다.

노후 수도관은 수질 악화도 문제이지만 2차 피해도 심각하다. 이를테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미세한 누수로 인한 지반 침하가 생겨서 도로가 파손되고 건물 침수, 크게는 싱크홀까지 발생할 수 있다. 김포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 생활 적폐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관료가 SOC 관리와 현대화에 소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관리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쇼윈도 행정' 에만 예산을 사용해서 생긴 또 하나의 인재(人災)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와 함께 붉은 수돗물 사태를 '물 안보' 차원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 안보는 인간과 환경을 위한 충분한 수량의 물과 적합한 수질의 물에 대한 지속 가능한 접근권을 뜻한다. 지난 2000년에 열린 제2차 세계 물 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줄줄 새는 묻지마식 퍼주기 예산의 반에 반만 시민 안전 예산, 특히 물 안보에 투자하면 노후관 등 우리 발밑의 시한폭탄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다. 정부는 인천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박진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자유한국당 김포시갑 당협위원장) ok284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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