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개발은 결코 기술 수출만으로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없습니다. 임상 1상 성공 확률이 채 10%도 되지 않은 정도로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수출 관련 성공 가능성 질문에 대한 제약 산업 관계자의 답변이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발생하는 기술 수출에는 명암이 있다. 기술을 수입하는 업체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다. 경쟁사 개발 신약이 먼저 상용화될 경우 개발을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일어난다.
신약 1개 개발에 평균 1조원 이상이 들고, 임상 1상에만 약 37억원의 비용이 든다. 후보물질 도입부터 신약 개발에 성공해서 치료법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할 확률은 10% 미만이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세계 시장 문을 끈질기게 두드려야 한다. 세계 문턱을 넘지 않고서는 내수 시장만으로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주 제약 업계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지만 한미약품은 얀센에 비만 당뇨 치료제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설령 이전한 기술이 반환되더라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새로운 적응증을 연구, 신약 재창출도 언제든 가능하다.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과 반환 사례는 업계의 각성 의지를 북돋우는 계기가 된다. 기술 수출로 얻는 이익은 제한되고 파트너 의지에 따른 리스크가 있지만 모험을 하더라도 '큰 물'에 진출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돼야 한다.
정부와 제약업계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의지를 다지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제약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수행 임상 3상 세액 공제 확대,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연구개발(R&D) 지원, 바이오 전문 인력 교육 사업 등을 추진한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국내 제약 기업 100개사 대상으로 실시한 신약 파이프라인 관련 설문조사 결과 개발되고 있거나(573개) 개발 예정(380개)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953개로 조사됐다.
기업은 기술 수출에 만족할 게 아니라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파트너사와의 계약 이외에도 직접 해외 임상에 도전해서 시판 허가를 받는 등 글로벌 진출에 주력하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신약 개발은 계속 돼야 한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