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유니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2016년 기준 130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외식업체, 급식업체, 식품가공업체 등에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은 47조원 규모다. 1인 가구와 외식 수요 증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내·외식을 아우르는 먹거리 시장 규모만큼이나 필요한 식자재 공급 방식에서 진화한 온·오프라인연계(O2O) 비즈니스 모델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새벽 배송을 뛰어넘은 샛별 배송으로 스타가 된 모바일 기반의 프리미엄 식자재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가 최근 총 1350억원으로 시리즈D 투자를 마쳤다. 식자재 유통 분야에서 유니콘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마켓컬리는 엄선한 상품과 제품 기획부터 참여한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독자 제품을 큐레이션 커머스를 통해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시리즈D 투자 유치금을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축산 식자재 유통을 타기팅한 스타트업도 있다. 스타트업 육그램은 국내외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얼마 전 총 30억원의 초기 종잣돈(시드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육그램은 이번 투자로 B2B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육그램은 한 근(약 600g)의 1%를 상징하며, 전 세계의 맛있는 고기를 한 곳에 모은 온라인 편집숍을 지향한다. 지난해 퀵서비스 기반의 당일배송 '미트퀵'을 내놓았다. 미트퀵은 '도축 당일 저녁상에'라는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기존 상품보다 40% 저렴한 정육 직구서비스 '마장동소도둑단'도 선보였다. 육그램은 인공지능(AI)을 통한 에이징, 채소 생장기술 등 다양한 기술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 충남도 등과 함께 축산유통과 관련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하기도 했다. 얼마 전 육그램은 레귤러식스 레스토랑을 파트너들과 협업해 오픈했다. 자사 식자재를 활용한 메뉴는 물론 로봇협동 및 블록체인 결제 공간도 선보였다.
농산물시장을 타기팅한 스타트업도 있다.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구축 '푸드팡'을 운영하는 리데일영은 식당 식자재는 중매인 직거래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서비스 영역에서 출발했다. 푸드팡 서비스는 기존의 유통 구조 혁신을 '온라인 기술로 초연결·초데이터·초배달'한다는 목표 아래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소규모 식당도 식자재 주문과 납품을 한 곳에서 체계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농산물 도매시장 중매인이 당일 경매를 거친 신선한 식자재를 중간 과정 없이 직접 전달한다. 암호화폐 시세 변동보다 널뛰는 식자재 시세를 매일 조회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매입·매출 관리 및 누적된 거래 내역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 월별 리포트도 제공한다.
농산물 재배 단계부터 식자재 유통 문제를 재정의한 스타트업도 있다. 싹틔움은 농산물 계약 재배 O2O 중개 플랫폼이다. '풍년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작황이 좋으면 오히려 산지 가격이 떨어져서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다. 계약 재배가 투명해지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계약 재배를 하려 해도 정보가 없는 농민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과 매뉴얼화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계약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고 편하게 생산·계약 수요 정보를 등록하거나 검색하고, 현장에서 싹틔움 매니저와 함께 3자 미팅·협의 후 전자계약 시스템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O2O 서비스로 개발되고 있다. 싹티움은 조만간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가격이 폭락한 품목을 산지에서 직송하는 싹틔움 마켓도 운영할 계획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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