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국제표준안, 사업자 동의 생략됐다···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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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안을 국제기구에 제안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간 이견이 절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반장을 맡은 특정 사업자가 표준안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6월 4일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스터디그룹13(SG13)에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권고안(국가기고서) 1건을 제안하기 이전 관련 연구반에 회람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사업자는 ITU-T SG13 표준작업에 대응하기 위해 TTA 한국ITU연구위원회에 SG13 연구반을 운영했다.

5월 20일 마지막 회의가 열렸지만 국제표준 권고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국내 마감일인 5월 24일 이전 회람 절차도 없었다.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권고안은 사업자 간 이견으로 조정이 필요했음에도 한국 정부 의견인 것처럼 제출된 것이다. 종전까지 최종 권고안은 ITU 제출 이전 연구반이 회람했다.

이는 연구반 운영을 관장하는 한국ITU연구위원회 운영 규정이 미비한 결과다.

한국ITU연구위원회 운영규정 제10조 '국가기고서'에 따르면 연구반장은 국가기고서 초안을 작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는 국립전파연구원과 사전협의하고 사전협의 완료 이후 ITU 제출 마감 14일 전까지 연구단장에게 제출해 연구위원장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연구반 합의 관련 조항은 없다. 연구반 동의와 회람 등 절차 조항도 없다. 연구반 동의 조항 부재로 연구반장이 국제표준 권고안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TTA는 '주관청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한국 대표단에 보내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주관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은 “국가기고서 C112가 국내 연구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가기고서로 제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국가기고서로 제출된 상황이지만 국내적으로 완벽한 합의에 이른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구반장 선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ITU연구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연구반장은 연구단장 추천으로 위원장이 임명하고 부반장과 간사는 반장이 지명한다.

SG13 연구반장은 KT 소속이다. KT와 SK텔레콤 간 의견 대립이 치열한 상황에서 KT 소속이 연구반장이 됨에 따라 공정성 논란 여지를 남겼다. 의견 대립이 심각한 국제표준 과제는 국책기관 등 제3자가 연구반장을 맡아 이견을 조정하도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SG13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 권고안 1건이 국제표준으로 예비승인됐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우리나라 권고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TTA 관계자는 “ITU연구위원회 사이트에 국가기고서 초안을 올렸으나 최종본은 시스템 장애로 올리지 못해 회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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