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변화하는 일본, 한국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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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원자재 수출 규제안을 발표하는 동안 일본을 다녀왔다.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감정과 별개로 '총력전'에 가까운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정책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부활과 변화는 인상 깊었다.

먼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다. 기자가 방문한 도쿄 중심지의 초고층빌딩에 들어선 코워킹스페이스의 '위워크' 라운지에는 연령과 직업이 다양한 20~50대 직장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는 한국 대비 약 2배 비쌌지만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비용이 높아서 스타트업보다 대기업 자회사나 중견기업 신규사업부 등이 적극 이용하고 있다.

결제 방식 변화도 인상에 남았다. 네이버페이와 일본 라인페이 연동으로 편의점, 매장 등에서 환전 없이 손쉬운 결제가 가능했다. 한국에서 쓰던 네이버페이를 그대로 라인페이 가맹 매장에서 사용했다. 현지 로손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구매하고 네이버페이의 QR코드 화면을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에 인식시키면 됐다. 별다른 질문이나 설명도 없이 1초 만에 결제가 완료됐다.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 결제 환경의 변화가 단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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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용하던 네이버페이를 그대로 라인페이 가맹점인 일본 현지 로손편의점에서 사용하는 모습. 네이버페이 결제 화면에서 나라만 일본으로 바꿔주면 소액도 결제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시장의 변화다. 일본 리크루트 회사는 연일 TV로 '전직'(이직)을 권하는 광고를 한다. 평생 직장은 사라지고, 정보기술(IT)업계 중심으로 일자리 시장도 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냉정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진단과 미래 준비다.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크게 줄었다. 업무 효율화와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1년 남은 2020년 도쿄올림픽과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의 요인이 겹쳐지면서 사회·경제 변화의 진폭은 한층 커졌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미래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 미-중 무역 전쟁에 일본발 경제 보복까지 도전과 장애의 연속이다.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 일해도 모자란데 국회는 '경제 위기'만 말할 뿐 경제 관련 주요 법안 처리를 미루며 세월만 허송했다. 정부 정책도 '백약무효' 수준이다.

여·야·정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일갈은 비명에 가깝다. 일본도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 등 정치 현안에 경제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싸움으로 낭비하기엔 시간이 없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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